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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내리막길 브레이크 풀린 학원차, 몸으로 막아 5명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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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황창연씨 선행 ‘화제’

내리막길 질주차량 맨몸으로 세워

초등생 5명 탑승…대형사고 막아

허리뼈 등 골절…전치 12주 중상

한발로 차 세우려다 길바닥 튕겨

황씨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

중앙일보

어린이 교통사고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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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6시30분쯤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한 아파트 단지 입구. 도로에 세워진 검은색 SUV 차량이 갑자기 내리막길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주차한 뒤 차량의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 경사로 아래로 굴러 내려간 것이다.

초등학생 5명을 태운 차량은 불과 수초 사이에 가속이 붙어 왕복 2차로 도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은 깜짝 놀라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라는 비명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이때 한 50대 남성이 차량 운전석 쪽으로 급히 달려들었다. 진도군청에 근무하는 황창연(50) 주무관이었다. 그는 퇴근길에 학부모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차를 세운 뒤 차량 쪽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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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연 주무관. [사진 진도군]


차량에 접근한 황 주무관은 운전석 문을 연 뒤 한발로 버티면서 차량을 세우려 시도했다. 사고 당시 ‘중립’으로 돼 있던 기어를 ‘주차’로 전환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잡아당기는 등 온몸으로 막아 차량의 속도를 줄였다.

황 주무관이 안간힘을 쓴 덕분에 돌진하듯 굴러가던 차량은 도로 옆 상가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 섰다. 자칫 도로까지 차가 내려갔을 경우 주행하던 다른 차량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해당 도로는 400여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앞이어서 출·퇴근 시 차량 통행이 빈번한 곳이다.

황 주무관은 차량을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허리와 갈비뼈 골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가속이 붙은 차량에 10여m를 끌려가다 길바닥으로 튕겨 나간 것이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차에서 내린 아이들을 배웅하면서 기어와 제동장치를 허술하게 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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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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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행은 사고 직후 전남 목포의 병원에 입원하면서 주변에 알려졌다.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아이 부모들과 주민들은 황 주무관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21년째 공직생활을 해온 황 주무관은 평소 수영으로 몸을 단련해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곤 했다. 황 주무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아이들이 희생되는 사고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아이들이 차에 탄 것을 보고 무작정 달려갔는데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도=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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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탑승한 학원차량의 교통사고.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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