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젊은 층에 흔한 염증성 장 질환, 사회적 관심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의 칼럼]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

중앙일보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두 질환 모두 주로 20~30대 젊은 층에 흔하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장내 미생물과 인체 면역 시스템 사이의 이상 반응이 지속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 자주 발생했지만 최근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약 6만 명으로 매년 3000~4000명씩 환자가 발생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반면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어디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들은 복통·설사·혈변·빈혈·체중 감소, 대변을 참지 못하는 대변급박감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증상은 보통 천천히 발생하며 수주~수개월간 지속한다는 특징이 있다.

염증성 장 질환과 혼동되는 질환은 감염성 장염(식중독)과 과민성 장증후군이다. 감염성 장염은 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 의심해야 한다. 원인이 불확실한 경우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직 검사를 할 수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변비 등을 호소하지만 혈액검사와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 질환도 20~30대에 흔하게 발생한다. 과민성 장증후군과 달리 염증성 장 질환은 혈액검사, 대변 검사, 대장 내시경검사 등에서 뚜렷한 염증 소견이 관찰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대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화한다. 여러 치료 약제가 개발됐지만 아직 완치할 방법은 없다. 이로 인해 장이 좁아지는 장 협착이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 천공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 장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만성 염증으로 인해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젊을 때 발병해 평생 지속한다.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대변을 잘 참지 못하고 주변에 화장실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껴 장거리 여행 등을 꺼리게 된다. 외식이나 모임도 피한다. 병원 치료로 인한 잦은 조퇴·결근으로 인해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최근 10~20년 사이 생물학제제 등 염증성 장 질환에 효과적인 약제가 다수 개발됐다. 병이 악화됐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고 의료진과 함께 꾸준히 관리하면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의 치료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의 지지와 배려, 사회적 제도도 중요하다. 공동의 노력과 지지, 제도 마련을 통해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이 질병을 이겨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