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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중도 표심 이번엔 여당으로” “여론 너무 기울어 야당 찍어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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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민심 르포] 천안갑 & 천안병

천안갑 이규희 크게 앞서자

확성기 대신 환경정화 활동 ‘여유’

단일화 무산된 야권, 추격 안간힘

천안병 윤일규 인지도는 낮지만

양승조 후광 입고 여론조사 선두

주민들 “여야 안배하는 결과 기대”
한국일보

천안갑 재선거 출마자. 민주당 이규희(왼쪽부터)ㆍ한국당 길환영ㆍ바른미래당 이정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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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는 항상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이번에는 변한 것 같어…”

10일 오전 충남 천안시 영성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모(74ㆍ원성동)씨는 전날 천안갑 재선거 사전투표에서 여당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두 번 참가했다는 김씨는 “그 동안 한국당을 지지했는데 문대통령이 잘 하는 것을 보고 여당을 지지하기로 마음 먹었다. 선택한 후보가 앞으로 잘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2대째 원성동에 살고 있다는 채모(52)씨는 “아버지와 함께 한 사전투표에서 야당후보를 선택했다”며 “여론조사 수치를 가지고 후보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투표하기 전 가족이 모여 간단하게 후보들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13일 두 곳에서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충남 천안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비교적 중도인 이곳에서의 승리가 재보선이 척도가 될 수 있어 양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천안갑 선거구에는 민주당 이규희 후보와 한국당 길환영, 바른미래당 이정원, 애국당 조세빈 후보가 출마했다. 최근 세 번의 선거에서 엎치락뒤치락 여야가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규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서면서 야당 후보들이 추격의 동력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격차를 의식한 듯 율동과 확성기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활동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하는 등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상대방을 깎아내려 내가 잘되는 정치인이 아니라 내가 더 잘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길환영 후보와 이정원 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기자회견 직전 합의가 무산되면서 추격의 발판을 잃은 상황이다. 길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이규희 후보를 선거법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내용을 적은 선거현수막을 내거는 등 막판 추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일보

천안병 보궐선거 출마자. 민주당 윤일규(왼쪽부터)ㆍ한국당 이창수ㆍ바른미래당 박중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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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천안병 선거구인 풍세면에서 만난 박모(66)씨는 “얼굴도 모르고 천안출신도 아니지만 여당후보가 야당후보보다 믿음이 간다”면서 “도지사 후보와 같은 당 후보를 밀어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신방동에서 만난 장(52)모씨는 “지역여론이 민주당 쪽으로 너무 기울어 걱정하는 마음에 사전투표에서 야당후보를 찍었다”며 “한국당이 잘 한 것 없지만 천안은 전통적으로 균형을 잡아왔던 도시인 만큼 적절하게 여야를 안배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천안병에는 민주당 윤일규 후보와 한국당 이창수, 바른미래당 박중현, 애국당 최기덕 후보 등 4명이 출마했다.

전략공천 추천을 받았다가 당내 반발로 경선을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후보로 나선 윤 후보는 인지도는 낮지만 양 후보의 후광으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선거캠프에도 양 후보 측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그를 돕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지역 출신 이창수 후보를 20대 선거에 이어 다시 선수로 내세웠다. 토박이인 이 후보는 거제 출신의 윤 후보를 겨냥, “지역정서 대변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견제와 감시를 통해 올바른 나라, 균형 잡힌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의 바른미래당 박중현 후보는 “의료관광 시장의 10%를 천안에 끌고 와 100년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애국당 최기덕 후보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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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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