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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화천 붕어섬 새끼 개구리 수십만마리 떼죽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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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 방호벽에 막혀 산으로 못 가

다른 이동통로 없어 로드킬 우려

“4대강사업에 생태 단절” 지적도

10일 오전 강원 화천군 북한강 붕어섬을 따라 놓인 자전거도로에 산책을 나온 류모(53)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한 장면을 목격했다. 이제 막 개구리의 모습을 갖춘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길이 1~3㎝ 가량의 새끼 개구리들이 새카맣게 떼를 지어 건너편 야산으로 이동 중이었던 것.

그러나 족히 60㎝는 넘어 보이는 콘트리트 수직벽은 어린 개구리들에게 너무 높았다. 벽을 무사히 오른 개구리는 극소수였고 대부분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갈 곳을 잃은 개구리 떼는 새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도로에는 자전거 타이어에 밟혀 희생된 개구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류씨는 “붕어섬 아래 습지에서 올라온 버드나무 열매 만큼 작은 개구리 수십만마리가 20여m 가량 새까맣게 모여 있었다”며 “벽을 오르지 못한 수천마리가 자전거 바퀴에 밟히거나 비둘기의 먹이가 돼 떼죽음을 당한 흔적이 선명했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그나마 비가 내린 탓에 습도가 높아 아스팔트 도로 바닥에 말라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는 게 류씨의 설명이다.

이 모습은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개구리들이 이동할 수 있게 나무판자 등을 연결하라는 등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특히 일부 주민은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이 산책로가 생태를 단절시킨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화천군은 11일 현장을 방문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주민 김모(51)씨는 “수십년간 이곳에 살았는데 개구리 대이동은 처음”이라며 “이제라도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이동통로를 만들어 주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습지에서 변태를 마친 개구리 무리가 습도가 높은 날을 택해 다음 서식지로 이동하려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대식 강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도로에 이동통로가 없다면 흩어져 있는 개구리들을 직접 수집해 산지로 올려주는 등 개체를 보호할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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