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장 취재단이 전한 뒷얘기
드루킹·미투 … 남측 사정 잘 알아
한국 여기자와 악수도 안 하려 해
2번 갱도 8차례 폭파한다 했는데
기자들이 들은 폭파음 3차례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고 돌아온 한국 취재단이 28일 서울 공릉동 원자력병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서 방사선 피폭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전신계수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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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은 28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측 관계자들이 남측 6·13 지방선거 결과를 궁금해했다”며 “한 북측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 후보가 되겠지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단은 다만 “외무성이나 민족화해협의회 소속으로 남한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주로 만났다”고 덧붙였다.
취재단은 북측 관계자들이 지방선거 이슈인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나 미투(#MeToo) 논란도 이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북측 관계자는 미투 논란 얘기가 나오자 한국 여기자와 악수도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북측 관계자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취재단이 지난 25일 오전 원산 갈마호텔에 도착해 노트북으로 남한 기사를 살펴보자 주위에 몰려들어 같이 기사를 읽었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힌 바로 다음 날이다.
취재단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북측 관계자들은 누가 취소시킨 것인지 궁금해했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강경파가 미국 내에서 다시 득세한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단은 또 “북측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졌으면 하는 눈치였다. 한국의 중재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취재단은 재덕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가는 길에 7개 초소를 지키는 병사 외엔 북한 주민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취재단은 원산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있는 재덕역으로 약 10시간 열차를 타고 이동한 뒤 재덕역에서 내려 핵실험장까지 차량으로 21㎞ 이동했다.
취재단은 “주택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커튼이 반쯤 걷힌 창문이나 작물이 자라고 있는 텃밭, 멧돼지를 막기 위한 시설물을 봤을 때 사람이 살던 곳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며 유령마을 같았던 풍경을 전했다. 취재단은 이동 길에 있는 한 학교에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쓰여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방사능 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됐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에 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취재단은 “핵실험장 주변에 철쭉도 피는 등 생태계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핵실험장이 자리 잡은 만탑산에 대해서는 “산세는 강원도 오대산과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취재단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때 북측 관계자와의 일화도 공개했다. 3번 갱도 앞 개울에서 북측 관계자가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권하자 남측 취재단이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에 “당신부터 먼저 마셔보라”고 했지만 북측 관계자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단은 방사능 측정기를 준비했지만 원산 갈마공항에 도착한 직후 북측에 압수당했다.
핵실험장 폭파 현장 취재의 제약은 적었다고 취재단은 전했다. 취재단은 “안전 문제로 일부 취재를 제한하기도 했지만 갱도 문을 열어 보여 달라는 요구에 응하는 등 취재는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취재단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완전하게 이뤄졌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취재단은 “전문가 없이 우리 육안으로만 본 것이기 때문에 완전 폐기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취재단은 또 “2번 갱도의 경우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설명으로는 8차례 폭파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들은 폭파음은 3번이었다”며 “깊숙한 곳에서 폭파한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시 갱도를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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