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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기고]사이버 영토 클라우드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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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고영화 KIC 중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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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이 뉴스 화면에 등장해서 연설한다. “인터넷 안전이 없으면 국가 안전도 없다.”

2002년 중국 정부가 검색 사이트를 전면 차단한 일이 기억났다. 반정부 콘텐츠 유포를 막기 위해 이른바 '만리장성 방화벽'을 시행하자 구글은 중국 철수를 선언했다. '짝퉁 구글'로 불리던 바이두(百度)가 중국 검색 서비스 1위로 올라서는 계기였다. 2005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고, 2017년 말 시가 총액 87조원 회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는 누가 최대 수익자가 될 것인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눈부시게 증산시키는 산업혁명이다. 경제학에서 생산의 3요소는 인력, 자본, 토지다. 토지 위에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서 필요한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말이다. 그럼 4차 산업혁명에서 토지는 무엇인가.

2016년 3월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벌인 알파고는 1202개의 CPU, 176개의 GPU, 103만개의 D램으로 구성된 대용량 컴퓨터 위에서 동작되는 소프트웨어다. 당시 미국 오클라호마시의 구글 데이터센터에 서버가 있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서울에 제공됐다.

즉 인공지능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컴퓨터 위에서 작동하며, 컴퓨터를 많이 모아 놓은 것이 데이터센터다. 이를 확장하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토지는 바로 '클라우드'가 되고 국가의 사이버 영토가 된다.

페이스북을 제외한 전 세계 초대형 IT 기업은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알리바바 그룹이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매출 28조원을 올렸다. 그런데 이러한 거래를 뒷받침한 것은 피크 시간에 초당 32만5000건 주문을 동시에 처리하는 안정된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클라우드라는 자회사였다.

2009년 7월 7일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국가 기관과 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겨냥한 좀비PC 11만대의 디도스 공격으로 대한민국 주요 전산망이 마비됐다. 그런데 알리바바 1개 기업의 광군제 1일 트래픽은 디도스 공격 대비 3배 이상인 데도 장애가 없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텐센트는 메신저 서비스를 17억2000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하루에 500억건의 지도 서비스를 B2C, B2B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 대외 고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상용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계 아마존 및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에 진출해 있다. 이 둘의 서비스는 실제로 중국의 네트워크보안법 등 인터넷 규제에 발목 잡혀 중국 시장 개척 속도가 매우 느리다.

우리나라 클라우드 시장을 살펴보면 실제로 2017년 한 해에 삼성전자 및 LG전자가 자사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에 1년에 수천억원을 지불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사도 게임을 해외에 론칭하면서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에 연간 수천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도 클라우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클라우드 시장을 우리가 어떻게 주도하고 나갈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 세계를 커버하는 클라우드를 구축하거나 실력 있는 클라우드 회사 지분을 확보,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2002년 중국 정부가 검색 사이트를 전면 차단하는 것을 계기로 바이두가 크게 성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두 나스닥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디에프제이캐피털이었다. 왜냐하면 디에프제이캐피털은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의 지분 10%보다 훨씬 많은 3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10년 내 중국에서 기업 가치가 400조원 이상이 되는 '제2의 알리바바' '제2의 텐센트'가 반드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그때 가장 유력한 산업 분야 가운데 하나가 클라우드다. 이런 기업의 대주주가 대한민국이면 어떨까. 클라우드 확보를 통한 대한민국의 사이버 영토 확장을 기대해 본다.

고영화 한국혁신센터(KIC) 중국센터장 yhko@kicchin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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