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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사진 반값에 찍어준다더니···치마 속 찍은 신촌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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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해당 사진은 이번 사건과 무관함. [중앙포토]


서울 신촌 대학가에 있는 A사진관. 다른 곳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4900원)에 증명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에 주변 대학생들이 몰렸다. 지갑 얇은 대학생들에게는 한 푼이 아쉬워서다.

이곳 사진관의 사진가 B씨(23)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증명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이 사진관의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증명 사진 촬영만 한 게 아니었다. 여성 손님들을 대상으로 ‘몰카’도 찍었다. 피해자는 주로 인근 학교를 다니는 여대생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5월부터 몰카를 찍었다.

몰카 촬영 수단은 주로 스마트폰이었다. 수법은 교묘했다. B씨는 증명 사진을 촬영할 때 옷매무새를 잡아주는 척하며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는 한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으로 앉아 있는 여성의 가슴을 몰래 촬영했다.

촬영을 마치면 여성에게 원본 사진 파일을 보내주겠다며 컴퓨터가 놓여진 사진관 ‘데스크’(책상)로 유인했다. 자신의 e메일를 쓰기 위해 허리를 숙인 여성 뒤에서 B씨는 치마 속을 찍었다. 여성의 전신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의 범죄는 지난 2월까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다. B씨의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지난 2월 2일 그는 결국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9개월여 간 고객 215명을 대상으로 225차례에 걸쳐 몰카를 촬영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전문 사진관에서 사진사에 의해 벌어진 범죄였기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해 본 결과 200여 건이 넘는 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기소의견으로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이런 몰카 범죄가 최근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고려대 등 대학 남자 화장실 몰카 사진이 유포돼 이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국회사무처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현재(2016년 기준) 5185건에 이른다. 2011년 1523건에 비해 3배 넘게 늘었다.

촬영보다 더 심각한 점은 ‘유포’다. 많은 음란 사이트에서 영상이 돌아다니고, 몰카 영상을 올려 수익을 내는 범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진관 몰카 사건에서는 몰카 사진이 유포된 흔적은 없었다. B씨도 소장만 하고 유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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