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은 세포의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특히 뇌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을 쓴다. 그런데 뇌는 포도당을 저장하는 공간이 없다.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떨어지면 뇌는 즉시 당분을 섭취하도록 지시한다. 두뇌 활동이 많은 학생이나 직장인은 적정 수준의 당을 섭취해야 한다. 당은 ‘해피푸드’이기도 하다. 당이 보충되면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당분을 비롯한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게 되면 무기력하고 피곤한 증상이 나타난다.
좋은 당, 나쁜 당 따로 없어
당은 설탕·꿀뿐 아니라 곡류·과일에도 많다. 이런 당은 흡수·분해 속도에 따라 속도가 빠른 단순당(설탕·꿀·과일·백미·흰빵 등)과 느린 복합당(현미·고구마 등)으로 나뉜다. 단순당은 즉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피곤하거나 우울할 때 초콜릿이나 꿀물을 먹으면 도움이 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또 저혈당인 사람은 간식을 먹어 당을 빨리 높이는 데 활용한다. 다만 단순당은 혈당을 빨리 올리고 이를 조절하기 위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다시 당을 빨리 떨어지게 한다. 반면 복합당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식후 인슐린 분비 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한다.
츄파춥스는 감각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막대사탕 1위 브랜드다. [사진 페르페티 반 멜] |
하지만 몸에 좋은 당과 나쁜 당을 명확히 구분할 순 없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과자·빵에 있는 당이든 과일·고구마에 든 당이든 체내에서는 작은 단위로 분해돼 비슷한 형태로 흡수된다”며 “복합당이나 과일의 당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당 성분 외에도 비타민과 섬유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9세 이하 가공식품 당 섭취 과다
당분과 건강의 관련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섭취하는 당의 종류보다 과잉 섭취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경희 교수는 “전체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정하면서 과잉 섭취하지 않는 이상 소량의 초콜릿 등을 먹는 정도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음료수·초콜릿에 든 당이 해롭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번 먹을 때 과하게 당을 섭취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인제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하루 당 섭취 권장량(100g, 2000㎉ 기준) 중 가공식품 등 첨가당 섭취 권장량은 50g 이하로 권고한다”며 “특정 식품에서 당 섭취가 많아지면 총 당 섭취량이 상한선을 넘을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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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류 섭취량을 조절하려면 가공식품과 요리 등에 넣는 첨가당 형태의 당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총 당류 섭취량은 적정 섭취 기준 이내다. 하지만 3~29세 어린이·청소년·청년층의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량은 기준(총 열량의 10%)을 초과했다. 가공식품 중에서도 음료를 통한 섭취량은 2007년 15%에서 2013년 19%로 증가세다.
시중에 판매되는 오렌지주스 한 병(250ml 기준)의 당 함유량은 29g이다. 주스 한 병에 각설탕 10개(각설탕 한 개 약 3g)가 든 셈이다. 포도·알로에 등 과일 음료와 콜라 등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의 당 함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음료를 하루 두 병 이상 마시는 것만으로도 당 섭취 권장량(100g, 2000㎉ 기준)에 육박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가공식품으로 인한 당 섭취 기준(50g, 2000㎉)을 훌쩍 넘는다.
식품성분표에서 당류 함량 꼭 확인
단맛은 한번 길들여지면 그 정도를 낮추기가 어렵다. 가공식품을 고를 땐 식품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식품성분표를 보면 ‘탄수화물’ 아래 ‘당류’가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원재료에 들어 있는 당분 이외에 맛을 내기 위해 추가하는 첨가당으로 설탕이나 액상 과당 등을 뜻한다. 하루 권장 섭취량의 몇%가 제품에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은 “음료 섭취는 가급적 줄이고 첨가당이 없거나 적은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요리할 때는 설탕·물엿 대신 과일·양파 등 천연 재료의 단맛을 활용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식이 탄수화물이라서 음식에 설탕·올리고당·꿀 등을 과하게 추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집에서도 플레인 요구르트를 만들어 꿀을 넣어 먹기보다 과일을 넣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현명하게 먹으려면 이렇게
첨가당(설탕) 사용은 줄이고 자연당(양파·과일 등)을 활용한다. 양파를 익히면 단맛이 나는데 이는 가열 시 양파의 매운맛 성분이 분해되면서 설탕의 단맛과 유사한 물질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을 이용한 조리보다는 천연 식재료를 활용한다. 예컨대 토마토 케첩을 사용하기보다 토마토를 익혀서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식이다. 소스·드레싱은 뿌리지 말고 찍어 먹는다.
영양 성분표의 당류 함량 확인
가공식품을 구입할 땐 영양 성분 표시의 당류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한다. 같은 케첩이라도 일반 케첩과 토마토 페이스트 케첩은 당류 함량이 최대 12배까지 차이가 난다. 무가당·무첨가당 같은 문구가 당이 적다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설탕 무첨가’는 설탕을 첨가하지 않았지만 액상 과당 등 다른 당을 넣었을 수 있다. ‘무가당’은 인위적으로 당을 첨가하지는 않았지만 당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과일이라도 적당히 먹기
과일의 당도를 나타내는 ‘브릭스’ 단위는 과일 100g당 들어 있는 당분을 말한다. 3브릭스는 각설탕 1개의 당분에 해당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과일의 당도 평균치는 포도 15(브릭스), 키위 14, 망고 11, 멜론 11, 파인애플 15, 등이다. 15브릭스의 포도 100g을 먹으면 각설탕 6개를 먹은 것과 비슷하다. 당뇨 환자에게 권하는 1회 당분 섭취량은 11g 정도로 포도 한 주먹 분량보다 조금 적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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