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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다스는 형님회사·삼성뇌물혐의는 모욕…檢, 날 엮으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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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첫 재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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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기소)이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하면서도 본인 뇌물 혐의 등은 모두 부인했다. 1시간 간격으로 휴정을 요청하면서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향후 검찰과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오후 12시 25분께 서울동부구치소를 출발해 12시 59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재판이 시작될 즈음 검찰에서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9기), 송경호 특수2부장(48·29기) 등이, 변호인 측에서는 강훈 법무법인 열림 대표변호사(64·14기), 최병국 전 국회의원(76) 등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2시가 되자 이 전 대통령이 법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피고인석으로 이동했고 변호인단은 모두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재판 초반 약 2분간 법정 내 촬영이 진행될 때 이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이 물러난 뒤에 고개를 돌려 방청석에 앉아 있는 딸과 이재오 전 의원 등을 쳐다봤다. 이어 재판부가 인정신문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직업을 묻자 그는 "무직입니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먼저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검찰의 기소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동의한 것도 검찰 조사에서 측근들이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이 조성됐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함께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들"이라며 "어떤 이유로 상당히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피치 못할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을 법정에 부르는 것은 혹여 본인과 그 가족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국정을 함께 이끌어 온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정신과 진료 내역 조회를 재판부에 요청하는 등 측근들의 진술의 신빙성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도 모두 진술에 이어 재판 도중 2분간 김 전 기획관 등을 거론하며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을 가능한 한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해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난 보호를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곧바로 "김 전 기획관이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데리고 와 나를 만나게 하겠다고 하는데 김 전 기획관이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 관련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반박했다.

또 "이 전 부회장은 대학 후배라고 말만 들었지 대통령 퇴임할 때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김 전 기획관이 돈을 주면서 쓰라고 했다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니 검찰이 공소장을 바꿨다고 하는데 뭐 때문에 억지로 그렇게 나를 엮어서 만들고 싶은지…"라고 검찰을 향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검찰이 "피고인이 그렇게 말하면 저희도 의견을 말씀드리겠다"며 반박하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그만하겠다. 내가 지금 검찰하고 싸우겠단 것도 아니고"라며 입을 닫았다.

이렇듯 그는 주요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다스"라며 다스는 형님 회사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그는 "충격이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검찰 측을 노려보기도 했다. 이 회장의 사면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임을 입증하기 위해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 판결문은 다스 허위급여 지급과 관련해 인정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의 사법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사법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국민에게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임 중의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나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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