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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MB "다스는 형님 것…삼성 뇌물은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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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상보) 이명박 전 대통령 첫 공판서 모두발언…"다스, 30여년간 소유·경영 다툼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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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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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첫 공판에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자신을 향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수의가 아닌 짙은 색 양복 차림으로 출석했다. 손에는 재판에 앞서 낭독할 입장문이 든 것으로 보이는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수갑은 차지 않았다.

얼굴은 지난 3월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보다 다소 수척해져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직업 등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에 "무직이다"라고 대답했다. 검찰이 혐의 요지를 진술하는 동안 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진술이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미리 적어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진술을 거부하라고 하기도 하고, 재판을 거부하라는 주장도 많았다"며 "아무리 억울해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측 증거사용에 모두 동의한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은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많으니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부동의하고 증인을 출석시켜서 진실을 다퉈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저와 함께 밤낮없이 일한 사람들이 많다. 다투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은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고 강력히 만류했지만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설득했다"며 "재판부가 신빙성을 검토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뒤이어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사업에 참여했다.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염려돼 만류했지만 정세영 회장이 괜찮다고, 정주영 회장도 양해했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여년 간 회사 성장 과정에서 소유 경영 관련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나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개인사를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이후 중소기업에 들어가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했다"며 "어머니는 제게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잘 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기부하고 장학금을 만든 것도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울음을 참으려는 듯 몇 번 돌아서서 기침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기업들을 상대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몇 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오랫동안 검찰이 수사했지만 불법자금은 없었다. 저 자신이 부정한 돈을 받지 않고 실무선에서의 가능성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제게 사면 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발언했다. 끝으로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와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 피고인으로 서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이후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잠시 확인한 뒤 10여분 간 휴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구치감으로 이동했다.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돌려 가볍게 인사하기도 했다. 재판은 오후 3시20분 재개돼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이 들어오자 방청석에 앉은 노인 2명이 일어나 인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천히 걸어들어와 피고인석에 다시 앉았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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