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역량·독립성 입증할 절호의 기회 상실 관측
수사권 조정 논의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정권 눈치' '정권 겨냥' 정무적 부담 해소 측면도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 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16. taehoonlim@newsis.com |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키로 결정되면서 현재까지 사건을 맡아오던 경찰은 조만간 수사 주도권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했다.
여야 간 이견이 있었으나 특검팀을 특검 1명, 특검보 3명, 파견 검사 13명, 특별수사관 35명, 파견 공무원 35명 등 모두 87명 규모로 꾸리고, 준비 기간 20일에 최장 90일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수사 범위는 드루킹과 연관 단체 회원의 불법 여론 조작 행위, 관련자 불법 행위, 불법 자금 관련 행위, 수사 과정에서의 인지 사건 등으로 정해졌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특검 구성을 위한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나선 상황이다.
특검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세간에서는 향후 경찰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직면한 정무적 차원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수 있겠으나, 실리적 측면에서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취지다.
사건을 쥐고 있다가 결국 특검에 마무리를 맡기는 모양새가 된 것이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 등에서 부정적인 정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찰의 독립적 수사 가능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검찰 특수부에서 다룰 법한 권력형 연계 수사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민감한 정치적 사건을 경찰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검찰의 독점적 권한인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정치·자본에 대한 독립성 우려'가 지목되는 상황이어서 경찰 수사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지난해 경찰은 본청 특수수사과에서 삼성그룹과 한진그룹 총수 가족의 자택 공사 비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을 들여다보는 등 재벌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에서 경찰은 초기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사 의지를 둘러싼 의혹을 자초했다. 이후에도 정권 눈치보기식 수사라는 세간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수사 주체가 특검으로 옮겨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가 추가조사를 위해 1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2018.05.11. kkssmm99@newsis.com |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입지가 축소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겠으나 경찰에 충분한 수사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특검이 도입되면서 경찰이 드루킹 수사에 따른 정무적 차원의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권 눈치 보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과 정권을 겨냥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수사를 실행한다는 부담 모두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보는 관점이다.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면서 향후 구성될 특검에 사건을 인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검 임명 절차나 수사 자료 이첩 등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특검팀이 정식 발족되는 시기는 6월 지방선거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검법 통과 직후 "국민적 의혹으로 특검을 가게 된 것은 경찰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라며 "서울경찰청에선 기본적으로 수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특검이 출범 되기 전에 하던 수사도 계속 할 것"이라고 전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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