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서퍼들이 즐겨 먹는 포케보울은 간편하면서도 열량과 영양이 풍부해 도심 속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알로하포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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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격식, 하지만 ‘밥 다운 밥’ 원해
다양한 채소와 곡물이 토핑으로 함께 올라간 포케보울. [사진 알로하포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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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직장인들의 상황도 서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부실하지 않게 끼니를 해결하길 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내에서도 포케보울을 파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하와이 콘셉트로 무장한 ‘알로하 포케’는 2016년 직장인 밀집 지역인 신논현과 여의도IFC몰 등에 매장을 냈다. 지난 3월엔 안국역 인근에 ‘하와이안 보울’이 문을 열었다. 보울 샐러드 전문점인 한남동 ‘루트 에브리데이’, 연남동 ‘슬로우 캘리’ 등에서도 포케보울을 판매한다.
포케보울은 ‘밥+토핑’ 형태 덕분에 패스트푸드나 샐러드가 아닌 ‘식사’로 다가갈 수 있었다. ‘알로하 포케’의 김지후 대표는 “포케보울은 참치·연어 등 양질의 단백질과 탄수화물·비타민을 한 그릇에 섭취할 수 있는 균형잡힌 건강식”이라며 “고객 분포를 보면 남성이 40% 이상이고 어린이부터 고령층까지 다양한데, 체중조절식이나 채식주의 식단이 아닌 ‘건강한 밥’이라는 인식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패스트캐주얼 다이닝의 대표주자 보울푸드
할랄가이즈의 플래터 메뉴들. 밥·토핑·소스를 한 그릇에 담아 먹는 형태라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다. [사진 할랄가이즈] |
깊이가 있는 그릇인 보울은 이처럼 간편하면서도 푸짐한 한 끼를 담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다. 보울에 담아낼 수 있는 음식은 포케나 할랄푸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샐러드·부리또·시리얼·요거트·스무디 등 다양한 보울푸드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 트렌드를 관통하는 핵심은 ‘아무거나 막 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색있고 건강한 식재료를 담되 맛의 궁합과 비주얼까지 고려한다. 브랜드와 메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포케보울에는 오이·당근·적채·연근 등 채소뿐 아니라 아보카도·병아리콩·퀴노아·현미·곤약쌀 등 수퍼푸드도 들어간다. 할랄가이즈는 캐주얼한 매장에서 간편한 형태로 음식을 제공하지만 할랄 인증을 받고 까다로운 유통 절차를 거친 식재료만을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울푸드의 강세가 패스트캐주얼 다이닝의 성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패스트캐주얼은 음식·서비스 면에서 패스트푸드와 레스토랑의 중간 지점에 있는 외식 업종을 뜻한다.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지만 보다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반영하는 식이다. 김지후 대표는 알로하 포케를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팜투테이블’ 식단을 실현하되 패스트서비스 형태를 접목시킨 패스트캐주얼 다이닝”으로 정의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전세계 외식 업계에서 파인다이닝이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시장은 하락세인 반면 패스트캐주얼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보울푸드에 대한 선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컵밥·비빔밥과 무엇이 다를까
여기에 더해,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R』의 이윤화 대표는 문화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그는 “요즘은 내가 먹는 것으로 나를 표현하는 시대”라며 “보울 하나 속에 나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층의 문화 코드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붓다보울 해시태그(#buddhabowl)로 검색되는 다양한 사진들. 보울푸드는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이 먹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 SNS를 통한 전파가 빠르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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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교수는 “이제는 식문화가 하나의 패션처럼 추구되고 있고, 패션은 다양할 수록 좋은 것”이라며 “한 그릇 음식도 영양 균형만 잘 고려한다면 실용적인 동시에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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