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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영상고발] 술 마시고 당구치는 '나이롱 환자'들, "아픈 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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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은 '텅텅'... 술 마시고 당구치는 '가짜' 환자들

[더팩트ㅣ임영무·이새롬·이덕인·임세준 기자] 교통사고 입원 환자 중 경미한 사고로 입원한 이른바 '나이롱 환자'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교통사고 입원=고액의 합의금'이라는 오해가 '나이롱 환자'를 양산하고 고스란히 음주 등 일탈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적발한 보험사기 금액은 730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302억 원으로 전년보다 117억 원이 늘어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발 인원은 총 8만3535명으로 전년보다 523명 늘었다. 적발한 보험사기 중 73.2%는 허위 입원이나 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일명 '나이롱 환자' 유형이다. 허위·과다 입원·치료 보험사기 금액은 전년보다 425억원이나 급증했다.

환자 보호 의무가 있는 병원도 환자 유치에만 급급할 뿐 환자들의 관리에 뒷짐을 지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들의 병원 밖 일탈 행위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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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복 입고 시원하게 원샷!' 8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교통사고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병원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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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서 미소를 찾은 환자, 편의점에서 구매한 맥주를 들고 병원으로 향하는 환자, PC방에서 게임 삼매경 중인 환자, 생맥주를 들이키는 환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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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현관에는 환자복을 입고 외출을 삼가하라는 안내문구가 있지만 환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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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 술집에서 지인과 술자리를 갖는 여성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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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없이는 못 걸을 것 같더니... '당구 포즈는 수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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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당구치는 가짜 환자

취재진은 어버이날인 8일 교통사고 환자들이 많이 입원한다는 경기도 안산의 한 한방 병원을 찾았다. 유흥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병원은 어둠이 깔리자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면회객으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병원을 나온 한 남성 환자는 목발을 짚고 발을 저는 등 한눈에 보기에도 불편한 모습이었다. 불편한 걸음을 걷던 환자는 유흥가 중간에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한 식당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환자는 소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지인과 함께했다. 1차 음주를 마친 두 사람은 맞은 편 당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편한 몸으로 당구를 치려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환자는 이동 시 이용했던 목발을 당구대 옆에 가지런히 세워놓고 당구대를 이리 저리 옮겨가며 게임에 열중했다. 이따금씩 취재진쪽을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다. 당구 게임이 끝나자 시계는 밤 10시를 향하고 있었다. 환자는 지인과의 자리가 못내 아쉬웠는지 병원이 위치한 건물 1층에 있는 호프집에 또다시 자리를 잡았다. 생맥주를 주문한 환자는 지인과 건배까지 나누며 늦은 저녁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10일 취재진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교통사고 전문 병원을 찾았다. 밤 10시를 넘긴 늦은 저녁 시간 외투를 입은 한 중년 여성 환자가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15분가량 떨어진 동네 호프집을 도보로 이동했다. 술집에서 지인을 만난 여성 환자는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여성 환자는 본인이 환자임을 숨기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연신 외투를 고쳐입는 모습이었다. 지인과 즐겁게 술자리를 마친 여성 환자는 자정이 넘어 병원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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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은 비어있고 환자들은 병원 밖에서 일탈 행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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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근처 편의점에서 버젓이 캔맥주를 즐기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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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를 든 환자가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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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 환자가 병원 인근 PC방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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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열중하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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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한 여성 환자가 병문안을 온 남성과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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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데이트, PC방까지... 너무나 바쁜 환자들

평일 오후 병원이 많이 위치한 경기도 안산의 유흥가는 한산했다. 환자복에 반바지 차림으로 병원을 나온 한 환자는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들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누군가와 긴 전화 통화를 하며 맥주 한 캔을 금방 들이켰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환자복을 입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에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두 캔을 마신 뒤에야 병원으로 들어갔다. 이어 나온 다른 환자는 병원내에서 먹을 거리와 캔맥주를 산 뒤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강동구의 병원에서 나온 한 환자는 인근에 PC방을 자주 이용했다. 익숙한 듯 PC방으로 들어간 환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외투도 벗지 않은 채 게임에 몰두했다. 취재진이 가까이 다가가 모습을 살피자 불편한 기색을 느끼며 여러 차례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또다른 환자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과 병원 밖 데이트를 즐겼다. 병원 주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한 두 사람은 병원 주변을 돌며 데이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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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사고 전문 한방병원들이 늘면서 '가짜 환자'들의 수도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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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류도 없는 침대에는 주인없는 밥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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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내에는 침구류도 갖춰지지 않은 빈 침대들이 놓여 있다. 서류상의 입원 환자의 자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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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나몰라... 보험사는 피해자?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 보험금 누수와 보험료 인상등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률개정을 통해 병원이 환자의 외출, 외박에 관한 사항을 기록 관리토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두 병원 모두 환자들의 관리가 허술했다. 외출시 외출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절차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교통사고 전문 병원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상해 8-9급 환자들을 입원시켜주고 환자에게 보험사 합의금 협상 방법등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취재진이 음주와 일탈 행위를 단속 해야할 의무가 있는 해당 병원 두 곳의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담당자 부재중이라며 시간을 끌거나 재통화 후에도 환자 관리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말만 들을수 있었다. 환자 일탈 행위에 대한 어떠한 질문에도 취재를 완강히 거부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복수의 병원 관계자는 "환자 개인이 외부에서 음주와 일탈 행위를 하는것을 일일이 막을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관리의 한계를 설명했다.

한 손해보험관계자는 '나이롱 환자'의 관리와 감독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소견이고, 고유 권한이어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나이롱 환자들 때문에) 보험사도 피해를 입은 거다"면서 "보험사기는 범죄행위로 부당이득은 환수조치 하고 형사적인 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사기조사전담팀(SIU)이 지속적으로 조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법권이 없고 사기 행위 자체가 점점 조직적으로 치밀해지고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교통사고 가짜 환자인 ‘나이롱 환자’의 입원은 해마다 늘고 있어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나이롱 환자'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없다보니 경미한 교통사고는 '한몫 챙기기'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입원환자 중 입원이 필요없는 8-9급 환자들의 입원률만 낮춰도 1년에 1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다 입원이나 피해를 과장하는 보험사기가 범죄 행위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나이롱 환자'에게 지급된 과다한 보험금은 선량한 보험자들에게 부담되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 제도 마련과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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