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간담회를 열고 성폭력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결과 및 권고안 관련 발표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
여검사들 가운데 무려 70%가 조직 내에서 성희롱 또는 성범죄의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은 "서지현 검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제4차 권고안'을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법무부와 검찰 등 산하기관의 조직내 성희롱·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 실태와 성평등 조직문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3월26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소속 여성 8194명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90.4%(7407명)가 조사에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조직 내에서 성희롱·성범죄 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61.6%에 달했다. 임용 후 3년 이하 직원의 경우 42.5%에 이르렀다.
검찰의 경우 여성 구성원 전체의 조직 내 성적 피해 경험 비율은 65.1%(3년 이하 직원 44.5%)로, 이 가운데 검사는 70.6%(3년 이하 검사는 42.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검사 10명 가운데 7명은 성적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성희롱 유형별 경험률은 △'부적절한 성적인 이야기나 농담, 음담패설 경험' 51.0% △'외모, 옷차림, 몸매 등을 평가하는 부적절한 발언' 40.2% △'접대, 회식자리 등에 억지로 참석할 것을 강요당하거나 참석, 술시중, 블루스, 누군가의 옆에 앉을 것을 강요' 37.9% △'성적 느낌으로 위아래를 훑어보거나 신체부위(가슴, 엉덩이 등)을 응시' 24.7% 등이었다. 또 의도적으로 몸을 밀착하는 등의 실제 신체접촉도 22.1%에 달했다.
가해자는 상급자라는 응답이 85.7%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90.9%로 압도적이었다. 성희롱·성범죄 피해 경험자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본인의 피해 상황을 목격한 주변인이 있었지만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피해를 입었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은 66.6%에 달했다.
높은 피해율에도 불구하고 고충처리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회의는 총 3회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성희롱고충사건 처리 건수도 18건에 그쳤다.
대책위는 "현재 고충처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고, 내부 구성원들이 기존 시스템을 통한 사건 처리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유명무실화된 법무·검찰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절차와 담당기구 등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성희롱 등 고충처리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소속기관 내부결재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성인지적 감수성이 있는 외부 전문가 70% 이상, 특정 성이 60%를 넘지 않는 '성평등위원회'에서 고충처리를 전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책위는 소문 유포·불리한 인사조치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지침 개정과 행동수칙을 마련하라고도 권고했다. 고충사건 정보에는 담당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 조치를 해야 하며 일체 피해자 등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지침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했다. 또 박 장관이 법무·검찰 내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등 고충사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교육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책위는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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