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지평 넓힌 김성녀 예술감독
'심청가' 11회 공연 중 10회 매진
“임기 이후엔 배우로 돌아갈 터”
2012년부터 7년째 새로운 창극을 실험 중인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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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는 창극의 뿌리인 판소리의 본질을 충실하게 살린 작품이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ㆍ도창을 맡아 판소리 심청가의 눈대목(중요한 대목)을 판소리 본연의 소리 그대로 보여줬다. 2012년 예술감독에 부임한 이후 창극의 변화ㆍ혁신ㆍ파격 등을 부르짖었던 김 예술감독으로선 처음으로 옛 스타일의 창극을 선보여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동안의 실험이 결실을 맺은 걸까, 아니면 결국 판소리의 원형을 살리는 게 창극이 가야할 길이었던 걸까. 그의 답변을 들어보기 위해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을 찾아갔다. 뜰아래연습실에 있는 그의 방에는 지난 6년여 동안 국립창극단에서 공연한 작품들의 포스터와 만원사례 봉투가 촘촘히 붙어있었다. 그는 “객석을 채워준 관객들 덕에 새로운 창극 실험을 맘놓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극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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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심청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A : “판소리의 소리를 돋보이게 한 것이다. 혼자 부르는 소리부터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처럼 웅장하게 울리는 ‘떼창’까지, 소리가 21세기 관객들의 감성을 흔들었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무대가 판소리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아는 사람만 알던 판소리의 힘이 재발견된 셈이다.”
Q : 판소리의 원형에 충실한 창극은 김 예술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창극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하지만 당시엔 그런 창극이 이번처럼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 무대가 달랐던 점은.
A : “지난 6년간 다양한 창극을 만들어 관객층을 넓힌 효과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창극은 국악인 위주, 몇몇 귀명창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창극이란 게 ‘창’과 ‘극’의 결합인데, 창만 강조됐던 것이다. 판소리는 원형을 지켜야 하지만, 창극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2012년 예술감독이 되면서 ‘이 시대에 맞는 창극’을 화두로 다양한 실험을 했다. 실패한 작품도 있지만, 우리 소리로 만든 창극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끊임없이 모색해봤다. 그 결과 연극 관객, 뮤지컬 관객, 오페라 관객 등을 창극 관객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역시 판소리가 창극의 힘이라는 걸 이번 ‘심청가’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만약 ‘심청가’ 스타일을 6년 동안 했으면 관객들은 지겨워했을지 모른다. 이번에 박수를 많이 받았다고 이걸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것보다 뭔가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실험하고 또 넓혀가야 한다. 창극은 그래야 한다.”
그의 실험은 정말 다양했다. 안드레이 서반, 옹켕센 등 해외 거장 연출가와 오페라ㆍ연극ㆍ뮤지컬 등 다른 장르의 유명 연출가들(한태숙ㆍ이소영ㆍ고선웅ㆍ이병훈ㆍ서재형 등)에게 창극 연출을 맡겼고, 브레히트의 서사극 ‘코카서스의 백묵원’과 그리스 비극 ‘트로이의 여인들’도 창극으로 만들었다. 그가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처음으로 기획ㆍ제작한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은 창에서 박자를 없애버려 “창극이 이럴 수도 있냐”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는 “‘쿵자작 쿵작’ 등의 박자가 들어가면 흥겨워지거나 슬퍼져서 스릴러가 안된다”며 “창극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욕을 먹어도 힘이 안 빠졌다”고 말했다.
실험의 성과도 컸다. 3∼4일 공연 객석도 채우기 힘들었던 창극에 매진사례가 이어졌고, 뮤지컬처럼 회전문 관객이 등장했다. 또 김준수 등 젊은 창극 배우들에겐 팬클럽까지 생겼다. 돈을 받고 해외 무대에 서는 역사도 새로 썼다. 다음달엔 영국ㆍ네덜란드ㆍ오스트리아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공연을 한다. 그는 “이제 ‘창극의 시대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뿌듯한 심정을 전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사진 국립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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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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