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비핵화 종이로 포장한 핵보유국'이 목표"

태영호 전 北공사 '3층 서기실의 암호' 증언록 펴내

"강제사찰, 무작위 접근은 北 체제위협…北CVID 우리와 달라"

"비핵화 종이로 포장된 핵보유국이 北비핵화 종착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영국 초청…'핵보유국' 자세 의미"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4일 “북한의 비핵화는 CVID(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SVID(충분한 비핵화)로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비핵화의 종착점은 비핵화라는 종이로 포장된 ‘핵보유국’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그는 그해 8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전 공사는 “CVID의 기본은 (핵시설에 대한) 강제사찰, 무작위 접근”이라며 “이는 북한 권력의 근간인 절대 권력 구조를 핵폐기를 통해서 허물겠다는 것인데, 결국 김정은이 ‘체제안전보장’을 전제로 하겠다는 CVID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CVID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 방북 당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신적인 존재로 떠받드는 북한에서 외부 세계가 원하는 대로 의심되는 곳을 사찰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결국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전제로 밝힌 CVID는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CVID와 다르다는 게 태 전 공사의 해석이다.

태 전 공사는 이에 따라 북한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은 북한 핵을 놓고 ‘강력한 보검’과 ‘확고한 담보’라고 개념을 정립했다”며 “이는 핵이 북한에 있어 창과 방패라는 의미인데 이걸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당의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로 하여 우리는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 대대손손 가장 존엄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해외 기자단을 초청하면서 영국을 포함시킨 데에도 북한의 이같은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핵보유국 자세에서 비핵화를 한다는 의미에서 핵보유국 위주로 초청한 것”이라며 “핵보유국 가운데서도 미국이 국제적 공감대를 얻는 동맹국으로서 영국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북한도 영국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청 대상 기자단에서 일본이 배제된 것은 일본이 북한의 이같은 비핵화 전략을 방해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미국과 단둘이 앉아 밀실에서 CVID를 넘기는 합의를 하려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계속해 CVID를 얘기하는 것이 감정을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