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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fn스트리트] 65세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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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환위기 당시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라는 말이 유행했다. 심지어 '삼팔선'(38세가 정년)까지 나왔다. 정년제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는 어렵다.

공직사회에 정년제를 처음 도입한 이는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다. 당시 서구에서는 산업화 바람을 타고 청년일꾼이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년이 없던 당시 고령자들의 처우가 문제였다. 그 해법이 1891년 65세 정년을 명시한 노령연금제였다. 1900년대 초 미국도 공직자의 낙원이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으로 막을 내렸다. 실업률이 25%로 치솟자 정부가 사회연금제도를 도입, 정년퇴직으로 생긴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정년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입장에 따라 고용보장이나 '철밥통'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영국 등은 진작에 정년제를 없앴다.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차원이다. 유럽은 정년을 늘려가는 추세다. 독일.이탈리아.덴마크의 정년은 65∼67세다. 프랑스는 60세에서 62세로 늘렸다.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늘린 일본 기업이 급증했다.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올린 일본 기업이 17.8%로 2005년(6.2%)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저출산·고령화에 경제까지 호전되면서 벌어진 결과다. 실제로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운송회사는 작년 10월 80세 정년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다이와증권은 실버세대를 겨냥해 영업직의 정년을 아예 없앴다. 일본 항공사들도 잇따라 승무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주장이 봇물을 이룬다. 작년 현대자동차 노조에 이어 올해 한국GM과 은행산업 노조가 협상안으로 들고 나왔다. 공공운수연맹 등 공공부문에도 바람이 불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정년연장과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수십건 올라와 있다. 고령화 시대, 세계 흐름에 맞게 정년을 늘리거나 없애자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고용사정이 너무 안 좋은 게 문제다. 3월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17년 만에 최고다. 청년체감실업률 24%에 공시생이 44만명이다. 아직은 일자리 나누기가 먼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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