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로터리]만화가 그리는 한반도 통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 종 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서울경제


한반도에 봄바람이 부는 순간이었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이뤄진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다시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두 사람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무엇보다 양 정상이 서로 손을 꼭 잡고 군사분계선을 고무줄놀이 하듯 넘나드는 모습,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를 함께 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겨레 모두에게 감격적인 순간이었겠지만 특히 그 감동은 더욱 가깝게 내 가슴을 쳤다. 가슴이 따뜻해지다 못해 뜨거웠고 설레다 못해 벅차올랐다.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으로 남과 북이 함께 평화를 심는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순간이었기에 그랬고 한반도에 봄기운이 돌기 전부터 추진한 ‘남북만화교류전’ 때문에 더 그랬다.

남북만화교류전은 필자가 지난해 12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에 취임하던 날부터 추진됐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막연한 꿈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만화가 냉각됐던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있었기에 주변의 회의적 반응에도 밀어붙였다.

나는 평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믿는다. 문화가 주는 감동은 어떤 정치적 압력보다 강하다. 한 번의 문화교류는 열 번의 정치적 협상 테이블보다 값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남북만화교류전을 추진해왔다. 그러던 중 기적처럼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이 봄바람은 남북만화교류전에 순풍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북의 만화교류는 다양한 문화교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질화된 문화를 회복해 통일 한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평양행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북쪽 만화가들을 부천으로 부를 것이다. 그래서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그렸으면 한다.

한반도에 봄바람이 부는 이 시점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은 문화교류다. 우리 대중가요의 평양 공연뿐 아니라 문학·만화 등 모든 콘텐츠의 문화교류에 대한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 특히 인간의 사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쏟아내는 문학 장르와 사회의 단면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만화의 교류는 진정한 통일로 향하는 필요조건의 문화교류라고 생각한다.

물론 평화 분위기가 형성된 지금도 문화교류는 어려운 시도요 도전이다. 그래서 남북만화교류전도, 남과 북이 함께 나무를 심는다는 아이디어도, 어떤 이는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무모한 도전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은 현실로 이뤄졌고 더 큰 성과를 이뤄낼 것이다. 가치 있는 상상을 표현해냄으로써 현실을 변화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문화가 가진 힘이다.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