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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WP "트럼프, 中ZTE, 무역협상 패로 이용…제재완화할 듯"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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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ZTE 정상화 위해 시진핑과 협력"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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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국의 제재로 존폐 위기에 몰린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가 기사회생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2차 무역협상을 앞두고 ZTE에 대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ZTE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바게닝칩(bargaining chip, 협상용 패)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ZTE에 대한 제재를 완화시키는 대신, 중국에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아직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역협상에 대한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먼저 ZTE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국의 대형 휴대전화 업체인 ZTE가 신속하게 다시 사업할 수 있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에도 지시가 내려갔다"면서 "(ZTE가)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ZTE는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업체로 스마트폰 판매에서 세계 9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제재를 결정했다.

8만여명의 직원을 둔 ZTE는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후 선전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협력업체 직원 수천여명도 강제 휴가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물류기업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ZTE는 중국 내에서조차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ZTE는 지난 9일 홍콩거래소에 제출한 문건에서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퀄컴 등 미 업체들로부터의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ZTE는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미 상무부에 제재 유예를 공식 요청했다. ZTE는 공고문을 통해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 제재의 영향을 받아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ZTE의 온라인 판매 업무가 이미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ZTE는 "회사와 관련 기관은 미국 측과 적극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해당 제재를 조정, 취소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으며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ZTE에 대한 미 당국의 제재는 미중 무역 갈등의 중요 현안 중 하나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ZTE 사안은 지난 3~4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무역 관련 협상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제재 완화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트위터는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 대표단의 방미가 예고된 시점이라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어진 트위터에서도 "중국과 미국은 무역에 대한 이슈를 잘 다루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은 중국 쪽에 이득이 되는 협상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양쪽이 모두 유익한 거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 모두 해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마비상태에 빠진 ZTE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간 '첨단기술 냉전'의 첫 번째 희생자는 애플도 화웨이도 아닌 ZTE가 될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을 찾아 2차 무역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ZTE 회생 카드를 내민 것은, 내달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회담한다고 발표된 가운데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북핵 문제 해결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김 위원장이 40여일만에 중국을 다시 찾아 시 주석과 7~8일 랴오닝성 다롄에서 회담을 갖는 등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미북 정상회담에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최근 전하기도 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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