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6 (월)

[인터뷰]"북미협상 잘되면 한국 비중 낮아질 것" 구라타 日방위대교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평화체제가 비핵화보다 앞서가면 돌이킬 수 없어

핵협상 안 돼도 군사적 해결은 이미 늦어

미국이 北의 일본 위협 무시하면 미일관계 재검토 필요

뉴시스

【요코스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 방위대학교 구라타 히데야(倉田秀也) 교수가 지난달 23일 요코스카(?須賀)시에 위치한 방위대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위대학교는 우리의 사관학교와 같은 곳으로 일본의 방위를 책임지는 육·해·공 자위대 간부를 양성한다. 2018.05.14.yuncho@newsis.com


【요코스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일본 방위대학교의 구라타 히데야(倉田秀也) 교수는 “판문점선언에 평화체제와 관련해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한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평화체제 방법이 같은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예를 보면 북한은 한국과 평화체제를 논의하다가도 미국과 대화가 이뤄지면 북미간 평화협정을 주장했다”며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라타 교수는 이어 “만약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주도의 평화체제에 호응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면 향후 평화체제는 물론 북핵 문제에서도 한국의 비중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이오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1986년부터 1987년까지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연구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안전보장이 전문인 구라타 교수는 현재 방위대학교에서 대학원 생도들에게 한반도 문제를 가르치고 있다.

방위대학교는 우리의 사관학교와 같은 곳으로 일본의 육·해·공 자위대 간부를 양성한다.

구라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4월 23일 도쿄(東京)에서 전철로 1시간여 거리인 요코스카(?須賀)시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방위대학교와 지난 12일 도쿄에서 2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한이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하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나름의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결에서 협상으로 돌아서기로 결심한 순간 미국이 최대한 빨리 핵을 다 포기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가장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핵을 이대로 다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월 20일 핵실험 중단 등을 포함한 전원회의 결정서를 발표하고, 판문점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하는데 동의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이 내놓은 조치만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북한은 최대한 시간을 버는 방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하나씩 행동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식, 즉 군축 협상으로 이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꺼번에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지난 3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전달됐을 것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성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다른 만큼 서로 만족할만한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이고, 또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적당한 선에서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평화체제 부분에서는 북미간 합의가 어느 정도 진척될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을 성과로 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한국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판문점 선언에도 남북이 주체가 돼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자는 내용이 담겼는데 왜 그런가.

"판문점 선언에는 평화체제와 관련해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남북이 중심이 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북한이 한국과 정말 같은 생각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과연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북한의 외교 패턴, 행동 양식은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도 참여한 회담이 이전에도 있었다. 1996년 4월 제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공동발표문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의를 제의했다. 이후 1997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남북, 미국, 중국까지 해서 첫 4자회담이 열렸다.남북한 뿐만 아니라 1953년 정전협정 조인국이자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까지 참가하면서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게다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당시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남북한이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은 증인 자격으로 서명하는 ‘남북 평화 합의서’의 체결을 주장했다.

따라서 이러한 과거의 예로 볼 때, 북한은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협정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평화협정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평화협정은 비핵화보다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은 주제이기 때문에 북미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만약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주도의 평화체제를 호응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면 향후 평화체제는 물론 북핵 문제에서도 한국의 비중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판문점선언에 평화체제와 관련된 부분을 합의했는가.

"북한이 판문점 선언에 남북한이 주체가 돼 평화협정을 하자고 한데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준 한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북미간 협상에서 이러한 태도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원만하게 되지 않을 경우 한국으로 돌아갈 여지는 만들어 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협상이 진전되면 평화체제는 물론이며 북핵 문제에서도 한국의 비중은 낮아질 수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후에 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실 평화체제 문제는 다자간 틀에서 해결돼야 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 양자간에서 체결돼야 한다. 이런 비대칭적인 두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평화체제 부분이 북한의 비핵화보다 너무 앞서 가면 ‘만약’을 대비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정상회담은 성공할 수 있지만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평화체제에는 2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군사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제도적인 차원이고, 또 하나는 견고한 평화협정을 기반으로 남북간의 신뢰감을 쌓는다는 군사적 차원이다. 정전협정은 미군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군, 북한군, 중국인민지원군 사이에서 체결됐다. 지금 판문점에서 한국군이 유엔군을 대표하고 있는 만큼, 평화체제는 남·북·미·중 4자간에 수립돼야 한다. 그리고 중국 인민지원군이 1950년대 후반 북한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군사적인 부분과 관련해선 남·북·중 간의 3자 협의도 병행돼야 한다. 평화체제는 이처럼 다자관계 틀에서 해결해야 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북미 양자간 체결로 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평화협정은 불가역(不可逆)적이고, 지금까지의 북한의 비핵화는 가역적(可逆)적이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비핵화 과정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핵을 완전히 만들지 않은 리비아의 경우에도 2년 정도 걸렸다. 즉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약속하더라도 검증과정에서 저항할 수도 있고, 핵보유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이건 되돌릴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북한의 핵을 가진 채 평화체제가 수립될 수도 있다. 그래서 평화체제와 비핵화 문제의 해결에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미국이 군사적 행동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나.

"군사적 해결은 이미 늦었다. 사실상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은 상당한 수준의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적어도 도쿄를 궤멸시킬 능력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핵 능력을 가진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한다는 건 결국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도 막대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일본은 북한의 핵에 의해 억지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외교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북한도, 미국도 이미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북한 외교 패턴을 살펴보면 사실 간단하다. 힘의 논리는 반응한다. 지난해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미국은 물러서지 않고 중국까지 끌어들여 강력한 대북제재로 대응했다. 이런 미국, 특히 트럼프 식의 미국을 보고 북한은 이 이상 대결하는 것은 안 되겠다고 판단해 협상 장에 나갈 결심을 했을 것이다.

북한의 성실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외교, 북한에 대한 그의 선택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트럼프식 외교로 북미회담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진정한 비핵화가 될지에 대해서는 늘 우려할 수밖에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17일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중·단거리도 북핵 협상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아베 총리가 요청할만큼 북한 미사일은 일본에 위협이 되나?

"사실 실제적인,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하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이 ICBM급만 한정해서 북핵 협상을 진행한다면 일본은 미국에 반발감이 생길 수 있다. 대북제재도 그렇고 북한문제에 있어서 함께 보조를 맞춰온 미국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일본 국민들은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일관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yuncho@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