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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무차입 공매도 논란-①]`주식 빌렸다` 말만 믿고 공매도..규정·감독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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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주식빌렸다` 통보 믿고 증권사 공매도 주문 가능

차입 안하고 공매도 주문..결제일에 대차주식 있으면 `제재` 어려워

금감원,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 가능 여부 18년만에야 첫 점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고 이후 공매도 폐지 주장이 더 뜨거워졌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나라에서 공매도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사태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가 얼마든지 자행될 수 있단 의구심을 촉발시켰다. 더구나 감독 당국은 이를 감시하거나 처벌할 제대로 된 장치나 제도마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감독 당국이 책임 의식을 갖고 공매도 제도를 다시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시세조종에 활용될 수 있는 무차입 공매도의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삼성증권(016360) 유령주식 배당사고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가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세상에 없는 주식이 증권사 직원 손가락 하나로 생성, 유통됐다면 주식을 빌리지 않고 없는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증권사는 공매도 주문을 하는 투자자의 말 한마디에 의존해 차입 공매도 주문을 실행한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렸는지 여부는 주식 결제일(T+2일)에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즉, 무차입 공매도가 얼마든지 자행될 수 있는 환경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은 여론에 떠밀려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된 2000년 4월 이후 18년 만에야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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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가 주식 차입 여부 제대로 확인 안 해”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주문 전에 주식을 빌리지 않으면 이는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 불법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상은 이 과정이 상당히 부실하다. 한국거래소 업무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투자자가 공매도 주문을 할 경우 주식을 차입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A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주문하면 증권사는 A종목 주식을 차입했는지를 전화나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확인하는 방식이다. “주식 빌렸어요”라는 말만 믿고 차입 공매도 주문이 이뤄지는 셈이다. 차입계약서까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을 주로 수탁은행에 별도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차입한 주식이 실제 있는지 계좌를 열어볼 수도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뢰가 쌓인 외국인, 기관과 거래를 하는 데다 한 두건이 아니기 때문에 공매도 주문 당시 일일이 대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해당 공매도 주문이 주식을 빌린 ‘차입 공매도’라는 것을 최종 확인할 수 있는 때는 공매도 주문 이틀 뒤인 결제일(T+2)이다. 공매도 주문 다음 날, T(거래일)+1일에 주식 차입이 안 돼 계좌에 주식이 입고되지 않았다면 시스템상 ‘결제 수량 부족’으로 나오고, 결제일 12시까지 주식이 입고되지 않으면 이를 증권사가 거래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거래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T+2일 12시까지도 차입한 주식이 안 들어왔다면 증권사가 거래소에 통보하지만 결제 마감 시간인 오후 4시까지는 주식이 입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 거래에 연루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증권사가 거래소에 통보하는 무차입 공매도 위반 건수도 연간 10여건 안팎이다.

◇ 무차입 공매도, 이틀내 주식 채워넣으면 적발 못 해

증권사가 주식 차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차입 공매도를 내는 상황에서 무차입 공매도 위반 건수가 적다는 것은 무차입 공매도로 인한 결제 불이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외국인과 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특정 종목의 시세 조종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인, 기관 등은 주식 대차를 일괄 계약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전화 한 통에 주식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고 공매도 주문일에 주식을 빌리지 않았더라도 결제일까지 주식을 입고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결제일에 주식이 입고되지 않았다면 `결제 불이행`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빌려 채워넣는 방식으로 결제를 이행하고, 이를 거래소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증권사 입장에서 수수료 수익 등을 고려해 대규모 거래를 일으키는 외국인, 기관을 거래소에 신고하기 쉽지 않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1년 증권사가 결제일에 주식을 빌려 결제하고 차후에 투자자한테 주식을 상환받은 사례도 있었다.

증권사는 공매도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중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주식을 빌렸는지 여부도 확인해야해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감독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오로지 증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은 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에서 최종 처리되지만 거래소는 공매도 차입 여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거래소는 6개월마다 증권사가 작성한 공매도 위반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결제일 12시까지 주식 입고 안 된 내역)를 살펴보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17년간 증권사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지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던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공매도 수탁 규정상 외국인, 기관에 업무 편의를 제공해 거래소, 증권사는 수수료를 증대시키고 있고 거래소에 이러한 업무 규정을 승인한 금융위원회는 시장 실태를 모르고 공매도의 순기능만 되뇌고 있다”며 “금감원도 공매도 규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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