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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목멱칼럼]‘어벤져스’로 본 할리우드 흥행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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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영화평론가, 동국대 교수]최근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선 개봉 19일 만인 1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외화 최단 기록이다.

이데일리

‘어벤져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지나간 영화들의 축적된 결과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어벤져스3’에 나오는 대규모 평지 전투 신에선 마치 ‘반지의 제왕’의 데자뷔(기시감)가 느껴진다. 현란한 우주선의 곡예비행과 우주 전투 신 역시 ‘스타워즈’ 이래로 많이 봐왔던 스페이스 전투 장면과 흡사하다. 그 기술과 장면효과는 점점 더 세련되게 진화한다. 할리우드는 과거 영화의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영화란 원래 그런 것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기보다 유를 더블(Double) 유로 발전시키는 기술이다.

두 번째, 브랜드 마케팅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영화를 지속시키는 힘은 1940년대 월트 디즈니 때부터 시작된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이다. 마블이 현재 그것을 가장 잘 실현시키고 있다. 일본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를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개척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의 브랜드화(化)는 어쩌면 ‘뽀로로’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현재 뽀로로만큼 알려진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뽀로로가 충무로에서 애니메이션이 아닌 극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마블 코믹스는 DC 코믹스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다. ‘어벤져스3’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마블 코믹스의 주인공들이다. 마블이 유행하기 전까지 인기를 끈 것은 DC였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이 2000년대를 풍미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 시리즈들이 얼마나 많이 나와서 우리를 즐겁게 했던가. 이에 질세라 마블이 그 뒤를 이어 영화관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마블은 전 세계를 평정해나갔다.

셋째, 국적이나 이념이 없이 동서양을 조화시킨다는 점이다. ‘어벤져스’의 영상이 신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과 실감 나는 시각특수효과 장면 때문이다. 치고받는 액션의 종주국은 미국이 아니다. 무협 하면 동양이다. 특히 중국영화라고 일컬어지는 홍콩, 한국, 그리고 일본의 사무라이 검객영화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옛날 얘기다. 이제 소림사 시리즈나 왕우(王羽)의 외팔이 검객 얘기들은 더 이상 동양의 전유물이 아니다. 파란 눈의 서양 남자, 노란 머리 서양 여자들이 손으로, 발로, 칼로 싸우는 영화가 할리우드 액션의 주종을 이룬다. ‘어벤져스’의 상당수 액션은 우리가 그동안 동양무협에서만 봐왔던 장면들을 집대성해 놓은 듯 화려한 무술의 향연이다.

말하는 너구리 캐릭터가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 라쿤이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고 소리만 입힌 캐릭터지만 그 실감 나는 영상은 다른 실제 인물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다른 인물들은 어차피 괴물이니까 만화적이든 실제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너구리는 동물이라서 더욱 눈길이 간다. 동물이 말을 하는 영화로는 그동안 ‘꼬마 돼지 베이브’ 정도가 있었다. 곰이 나오거나 호랑이가 나와도 인간처럼 말을 하거나 걸어 다니지는 않았다. 이 너구리를 보면 컴퓨터 그래픽은 이제 영화의 판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이제 CG로 묘사할 어떤 불가능한 현실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초적이며 보편성을 추구하는 주제다. 영화는 인간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탐구한다. ‘어벤져스3’는 그런 점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치는 알고 보면 너무 뻔해서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주제다. 하지만 현대인은 그런 얘기에 열광하고 위안을 받는다. 영화의 얘기는 단순할수록 좋고, 세련된 기술과 장면효과를 통해 엄청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분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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