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공격이 최고 수비..정공법으로 위기 돌파 나선 정의선 부회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황금거위 키우겠다"

공격이 최고 수비..엘리엇에 정면대응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선전포고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정공법으로 맞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지분 1.5% 가량을 보유 중인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평소 말을 아끼던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1일 외신 인터뷰를 통해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맞대응했다.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있을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부회장의 자신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중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라는 확신에서 나온다. 그는 모듈과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부문을 떼어낸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재편안에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의 발언에서는 그동안 자동차 업계의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흔적이 엿보인다. 그는 올 들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중국 베이징모터쇼 등을 종횡무진하며 미래차 시대 대응 방안을 모색해 왔다.

정 부회장은 “차 업계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와 같은 미래 기술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 내 완성차 부문인 현대차·기아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꼭 필요한데, 현대모비스가 핵심 기술 중심 회사로 이를 이끌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존속 현대모비스에 대한 비전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정보통신기술) 회사 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데 있다”며 “그룹사 중에 이 역할을 주도할 할 곳은 모비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모비스 성공 여부에 그룹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엘리엇의 요구는 단기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엘리엇의 제안대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금산분리법에 따라 알짜 사업인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매각 대금이 들어오므로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가 오를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대차그룹에 이로울 게 없는 선택이다. ‘알박기’와 ‘먹튀’로 유명한 엘리엇의 본색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유 지분 만으로는 표 대결 승산이 없는 엘리엇은 다른 주주들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 지분을 9.8% 보유한 국민연금을 겨냥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에 맞서 찬성표를 던지며 합병을 성사시킨 바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양사의 합병이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의 압력에 의해 찬성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홍역을 치렀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의 아픈 과거를 들추며 이번엔 자신들의 편에 서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잇단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며 엘리엇에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총 854만주의 이익소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모비스는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204만주 전량을 내년 중 소각하고, 내년부터 앞으로 3년 간 1875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보통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정 부회장은 “모비스가 그동안 발표한 주주친화정책에 여전히 일부 주주들이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 친화책이 전부는 아니다. 이것은 시작일 뿐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비스는 앞으로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그런 재편을 통해 수익이 성장하고 주주환원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