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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까톡' 회사 단톡방 없애니…"살맛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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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퇴근 후 업무 지시 금지하니 얼굴보고 지시…삶의 질도 업무 효율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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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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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모바일 단체 채팅 방)을 자체적으로 없애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단톡방'이 사라지니 자연스레 퇴근 후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 메신저도 줄어들어 일과 휴식의 균형을 찾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 효율성도 좋아졌단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단톡방이 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단톡방을 자체적으로 없애는 직장이 늘고 있다. 사내에서만 사용하는 메신저가 아니라 24시간 손에 쥐고 있을 수밖에 없는 스마트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단톡방을 만들다보니, 업무 외 시간 지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무원 A씨는 지난 4월부터 단톡방에서 해방됐다. 기존 팀, 기획 팀, 부서에 걸쳐 있던 모든 채팅방이 사라졌다. A씨는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할 업무내용이 아니면 무조건 얼굴을 보고 직접 지시하도록 하게 했다"며 "막상 단톡방이 사라지니 업무가 잘되더라. 그동안 왜 그렇게 전전긍긍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선 직장인의 74%가 '퇴근 후 전화,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한 업무 지시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60%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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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들은 사내 단톡방이 사라지면서 스트레스는 없어지고 업무 효율성은 더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지시도 한결 간결해졌다.

공기업에 다니는 라모씨(27)는 "아무래도 단톡방에서 지시를 내릴 땐 꼭 필요하지 않은 지시도 마구잡이로 전달돼, 많은 내용 중 나도 모르게 흘려보내버리는 업무가 생겨 진땀을 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톡방이 사라진 뒤엔 업무 지시가 좀더 명확해지고 간단해져 우선순위를 세워 일하기도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업무성과 못지않게 삶의 질도 높아졌다. 필요없는 감정노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B씨가 다니는 미디어업계는 휴가 때마다 단톡방을 나가도록 조치한다. B씨는 "회사 단톡방이 있으면 나와 관련없고, 꼭 업무와 관계없는 일이라도 '온라인 감정노동'을 해야 했다"며 "조금만 늦게 확인하면 역정을 내던 상사 때문에 휴가지에서도 바로바로 '네, 알겠습니다'를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젠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하는 덕에 개인적 시간을 편히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장인들은 공적시간과 사적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노동문화가 고착된 탓에 변화가 쉽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톡방을 없애는 등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J E&M에서 일하는 C씨는 "회사 전체적으로 퇴근 후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해도, 단톡방이 그대로인데다 업무 특성상 쉽진 않다"면서도 "확실히 지침이 내려오기 전보다는 노력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CJ는 지난해 6월부터 퇴근 후 업무지시를 금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관행을 바꾸기 위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2016년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카톡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엔 손금주·이용호 의원이 각각 카톡금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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