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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고] '도박의 늪' 탈출 가족이 결정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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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아주고 상황 숨겨주면 도박중독 되레 악화 가능성 / 문제 자각토록 솔직히 표현 / 재산관리 등 해결노력 해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액은 연간 7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도박 문제는 음주나 흡연 문제보다 훨씬 부정적인 사회 문제이나 도박 중독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도박 문제는 중독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심각한 손해를 끼친다.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도박 중독자가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어느 정도 도박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중독자를 도박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재정적인 압박, 심리적 우울감, 때로는 건강상 문제를 겪기도 한다. 가족들이 할 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계속하게 되면 가족들은 분노하거나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 삶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세계일보

장승옥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하지만 도박 중독자가 가족의 삶을 바꾸어 놓았듯이, 도박 중독자의 가족도 중독자의 삶을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도박 문제에서 도박 중독자를 회복시키려는 가족은 첫째, 도박 중독의 특징 중 하나가 거짓말임을 이해하고 도박 문제를 해결하는 일차적 책임은 중독자에게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가족을 걱정하는 선의와 문제없이 넘어가려는 사소함에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도박 중독자는 도박할 돈을 구할 핑계를 만들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결국엔 빚의 원인이 된 도박으로 그 빚을 갚겠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중독자 가족 대부분은 도박은 문제지만 중독자는 살리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 도박 중독으로 인한 문제로부터 자식이나 배우자의 문제를 숨겨주고, 도박 중독자를 위해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빚을 대신 갚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들의 이런 대처방식은 도박 중독을 지속시킬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중독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게 하고, 다른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서 가정 경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재산을 지키고 가족의 경제권을 찾아오는 방법들(가족 명의 카드 관리하기, 가족 재산 관리하기, 주변에 도박 문제 알리기, 재정 및 법률 상담받기 등이 포함)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도박 중독자의 가족 중에는 반복되는 거짓말과 변명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고, 가족 간에 유지되어야 할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대화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도박 중독자들의 가족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도박에 대한 생각과 화나고 슬픈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위장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도박 중독자 가족들은 중독자에게만 매달리기보다는 본인의 삶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 자기계발이나 여가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 살아있다는 느낌과 행복을 경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박 문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다른 행복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장승옥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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