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풍계리 폐쇄는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퍼포먼스일 뿐 비핵화의 핵심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당초 약속한 전문가 초청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실험장 폐쇄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김정은의 전문가 초청 의지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은 전문가들이 갈 경우 갱도 폭파라는 이벤트보다 핵능력 평가에 초점이 쏠리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단계적 비핵화 협상카드로 쓰려고 전문가 초청을 배제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풍계리의 4개 갱도 중 3번 갱도는 핵실험장으로 완벽한 상태”라며 갱도 폭파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 핵능력을 정확히 파악해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하는 것이다.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쇼가 보여주듯, 시설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 미 백악관도 “국제전문가들에 의해 사찰 및 충분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는 폐쇄가 비핵화의 핵심 조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했지만 풍계리 폐쇄는 비핵화 논의 이후 첫 조치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다면 첫걸음부터 의심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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