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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분양원가 미공개’ 이용해... SH, 마곡서 3조 차익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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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경실련 공동기획]

# 택지원가 높여 아파트 분양

3.3㎡당 평균 1053만원 불구

세부 내역 숨긴 채 441만원 올려

산단 입주 기업엔 원가 공급 논란

# 건축비도 올려 잇속 챙겨

3차례 건축비 평균 634만원

인근 발산 지구보다 2배 높아

“자재값 인상 등 고려해도 상식 밖”

# SH “제반 규정 준수” 주장

“정해진 범위에서 분양가 산정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

마곡지구 개발이익 2000억 불과”
한국일보

LG가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서 ‘LG사이언스파크’ 오픈 행사를 개최하고 시설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사진은 LG사이언스파크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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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 3.66㎢의 논밭을 아파트와 신산업 단지로 조성하는 마곡도시개발사업을 통해 무려 3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원가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현행 법의 허점을 이용해 택지 조성 원가와 건축비 세부 내역 등을 숨긴 채 서민들에게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한 결과라는 게 시민단체 지적이다.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SH에 정보공개요청을 해 받은 ‘마곡 지구 분양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SH의 마곡 지구 택지 조성원가는 3.3㎡ 당 평균 1,053만원이었다. 그러나 SH의 마곡지구 공동주택(아파트) 일반 분양가는 원가보다 441만원이나 비싼 평균 1,494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SH는 아파트 분양을 통해서만 총 4,452억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구체적인 택지 조성 원가와 분양가 결정 과정을 몰랐던 서민들은 가구 당 평균 7,290만원을 추가 부담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서민을 상대로 한 SH의 잇속은 건축비 증액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한국일보와 경실련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SH는 지난 2013년 1차 일반 아파트 분양 당시에는 3.3㎡당 567만원의 건축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2015년 진행된 2차 분양에선 건축비를 658만원으로 올렸다. 같은 해 이뤄진 마곡 13단지 건축비는 심지어 800만원까지 상승했다. 3차례의 건축비 평균은 634만원이다. 이는 서울 강남ㆍ서초 보금자리 아파트 평균 건축비 550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높은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건축비는 지난 2008년 분양원가를 모두 공개한 발산 지구 건축비(344만원)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발산은 마곡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한 곳이다. 국내 건축설계사무소의 한 대표는 “건축 기술 발달과 자재 값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마곡의 건축비 상승 폭은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또 경실련이 과거 15개 신도시 개발 당시 건축비 평균 등으로 추정한 적정 건축비 480만원보다도 154만원이나 높다. 분양원가 미공개로 건축비 증액 이유를 알 수 없고 이를 따질 수 없었던 마곡 아파트 수분양자는 이번에도 가구 당 평균 5,516만원을 SH에 더 내야 했다. SH가 이런 건축비 증액으로 더 벌어들인 돈도 총 3,314억원이나 된다.

결국 서민들은 택지 판매가 인상과 건축비 상승으로 가구 당 총 1억3,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SH에 더 안겨준 꼴이 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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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는 또 상업업무용지(1조8,860억원)과 지원시설(5,045억원) 판매, 기타(4,980억원) 사업 등을 통해서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SH는 마곡에서 3조878억원의 개발 이익을 올렸다는 게 경실련의 추산이다.

반면 SH는 LGㆍ대우조선해양ㆍ코오롱ㆍ이랜드ㆍ에쓰오일 등 마곡 지구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겐 조성 원가와 같은 3.3㎡당 1,053만원에 산업시설용지를 분양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0조에 따라 산업시설용지 분양가는 조성 원가로 공급하게 돼 있다. SH는 특히 산업단지 용적률을 350%까지 허용했고 일부 시설은 판교 테크노벨리처럼 임대 사업까지 가능토록 해 줬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ㆍ국책사업 감시팀장은 “SH가 분양원가 미공개를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이 문제인 것은 이 돈이 결국 서울시 적자를 해소하는 데에 사용됐기 때문”이라며 “진정 마곡 서민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분양원가를 모두 공개해 서민들이 더 합리적 가격에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SH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와 공동주택 분양가격 관련 제반 규정들을 준수해 정해진 범위에서 분양가를 산정했고 주변 시세에 비해서도 저렴하게 공급했다”며 “기본형 건축비 상승분과 지구 여건이 개선됨으로써 발생한 이익도 그 일부만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경우엔 부동산 시장이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는 만큼 적정한 분양가 책정을 통해 개발 이익을 일부 환수하고 있다”며 “개발 이익은 한 푼도 유용하지 않고 임대료를 올릴 수 없는 다른 서울시내 공공주택 적자분을 해소하는 데도 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SH에서 추정하고 있는 마곡지구 사업비는 9조1,000억원, 수입액은 9조3,000억원으로 개발이익은 총 2,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실제 개발 이익은 그리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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