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진정성 보여줄 첫 시험대
한·미·중·러·영 기자 현장에 불러
청와대가 전했던 ‘전문가’는 제외
북, 사찰 가능 여부도 언급 안해
“증거인멸쇼에 들러리만 설 수도”
당초 전문가 초청은 청와대가 언급해온 사안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은 북부(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 말했다”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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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발표만 보면 사전에 갱도 공개 등 실질적인 사찰 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핵실험 뒤 지하 터널에 남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등 핵 물질 시료를 채취하면 현재 남아 있는 재고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핵과학자는 “앞으로 이어질 사찰 과정을 통해 1~6차 핵실험 과정에서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아야 남아 있는 양도 짐작할 수 있다. 또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탄을 사용했는데도 플루토늄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실험장의 폐쇄보다 정확한 검증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실험장은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현장인데 언론인만 초청해 그냥 폐쇄하겠다는 것은 ‘증거인멸’ 쇼에 들러리만 보내 달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콘크리트로 갱도들을 완전히 메워 잔여 핵물질에 대한 접근까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폭파로 갱도 입구만 막는다면 다시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던 6자회담 참가국 언론사가 현장을 취재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 언론으로 한정했다. 2008년과 달리 영국이 들어가고 일본이 빠지면서 ‘재팬 패싱’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으로 북한과 외교관계도 맺고 있다. 유엔 제재를 풀기 위해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경제가 개방되면 유럽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이 빠진 것은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CVID)’ 해법을 강조하며 최대한의 압박을 이어온 데 대한 반감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일 정상회담을 두고 기선제압용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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