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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내퍼 “CVID·PVID 용어 달라도 결국 WMD 없애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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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 대리가 보는 북·미 회담

현 단계 초점은 북핵·미사일 목표

미국, 북 핵과학자 통제도 나설 것

북, 미·중 사이 시소외교 한다지만

트럼프·시진핑 북핵 해결 협력

트럼프 “밝은 미래 도울 것” 발언엔

북 주민 삶·경제·인권 개선도 포함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자동차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0% 관세를 부과하고 더 엄격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왼쪽은 짐 해킷 포드 CEO.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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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북·미 양측의 비핵화 조치와 보상에 대한 논의의 깊이와 속도가 파격적이다. 지난 11일 마크 내퍼 미국대사 대리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만났다. 내퍼 대사 대리는 현재 상황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북한이 옳은 선택을 할 경우 북한에 보다 나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연설한 내용을 인터뷰 중 수차례 언급했다.



Q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그의 나라를 현실세계로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전략적 변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읽어냈다는 얘기인가.



A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 지도부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다. 경제·외교·군사적 압박을 하면서도 고립과 대결에서 벗어나는 옳은 선택을 한다면 북한과 주민들의 삶과 경제, 인권에서 밝은 미래가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이런 선택을 받아들이고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북한이 근본적인 전략적 변화를 선택했는지, 아니면 단기적·전술적 선택을 했는지는 봐야 한다. 정상회담이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지금까지의 징후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Q : 북·미 간 접촉 과정에서 김정은의 언급에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의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게 있었나.



A : “그건 좀 파악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일을 맨 먼저 해야 한다. 비핵화다. 경제 지원, 평화체제 이런 것은 그다음이다. 불법적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에 응하면 북한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중앙일보

마크 내퍼 미국 대사 대리가 11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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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퍼 대사 대리는 향후 동북아에서 미국이 그리는 구도와 관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영토 야심을 가진 적도, 현상유지(status quo)를 깨려 군사력을 사용한 적도 없다”며 “유럽처럼 다자안보조약기구가 없는 동북아에서 미국은 앞으로도 동맹국들과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은 동북아에서 그 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과 함께하는 우리의 노력은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며, 이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Q : 미·중을 넘나드는 김정은의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세기의 전략가’란 농반 진반 평가도 나온다.



A : “오랜 기간 북한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소식이었다. 김정은이 세계의 더 많은 지도자를 만날수록 북한이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김정은이 미·중 두 나라를 오가며 시소외교를 한다고 하는 이들은 미·중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미·중은 북한 비핵화를 통해 위협을 제거하고 종국적으로 북한을 국제사회 경제망으로 끌어 내겠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고 협력하고 있다. 김정은이 다롄에서 시진핑을 만난 그날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했다. 19세기 유럽에서 외교 게임이 벌어지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Q :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가 빨라졌고 남북 정상회담은 드라마틱했다.



A : “감동적인,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평창 이전에 한·미 정상이 취임 초부터 신뢰를 쌓고 비핵화와 남북한 관계의 진전 병행, 최대한의 압박과 대화 병행, 비핵화 목표 달성 때까지 압박 지속 원칙에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 때 서울에 있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을 때 함께 있었다. 지금의 모멘텀이 북한의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화해로 이어지고 북한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Q : 2000년 정상회담 때와 지금 상황의 차이는 무엇인가.



A : “당시엔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 중심의 이슈였다면 지금은 전 국제사회의 이슈로 커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무기를 개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Q : 북한은 핵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비핵화 과정에 핵기술 인력의 통제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A : “정상회담이 끝난 뒤 전문가 레벨에서 다뤄질 것 같다. 비핵화 대상은 핵탄두와 미사일, 연구개발 시설, 저장고, 핵연료 제조 및 재처리 시설, 인력 등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비핵화는 북한의 현재 핵과 다시 핵 개발을 시도할 수 있는 잠재적 핵 능력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내퍼 대사는 미국이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하는 강화된 비핵화 원칙(PVID)를 주장하다 다시 기존의 CVID로 문턱을 완화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용어의 차이, 그 해석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았으면 좋겠고 다만 현 단계 초점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핵이 아닌) 다른 형태의 대량살상무기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핵과 생화학무기 등 불법적 대량살상무기를 다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퍼 대사는 평화체제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논의와 관련해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자”며 “그런데 분명한 건 평화체제, 경제지원, 인프라 개발 등 모든 것이 비핵화 뒤에 와야 한다는 점이고, 최우선 순위는 불법적 핵미사일 무기 폐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보장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북한의 심각한 숱한 도발에도 지난 65년 동안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단 한 차례도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Q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마주 앉는 것 자체로 독재자의 정당성을 인정해준다는 국내외 비판이 있다. 인권 이슈는 회담 의제에서 빠지는지.



A : “미국은 분명하게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지난주 워싱턴 국제북한인권주간 행사가 열렸고 앞서 북한인권 보고서도 냈다. 인권 이슈 제기를 완화하려는 게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구적 위협인 북한의 핵을 해결하려는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연설에서 밝힌 ‘그들의 밝은 미래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에는 주민들의 삶, 경제, 인권 개선이 포함된다.”




Q : 다음 부임 때는 한국이 통일되는 순간이 아닐까.



A : “다시 근무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 내가 서울에 있든 없든 한국의 통일을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여기 있을 수 있어서 행운이고 축복이다. 대사가 부재 중이지만 600명의 훌륭한 남녀 직원들이 팀을 이뤄 잘해 나가고 있다.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해 1월 마크 리퍼트가 떠난 뒤 1년4개월째 대사직을 수행 중인 내퍼는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이 인준 절차를 거치고 부임할 때까지 근무하게 된다.

김수정 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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