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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도 인물도 없는 지방선거 … 북·미 정상회담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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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하루 전 트럼프·김정은 만남

파괴력·화제성 다 밀리는 모양새

여권 지지 높아 야당 후보들 고민

보수적자 경쟁에 야권연대도 감감

중앙일보

13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는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역 후보를 응원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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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은 지방자치의 근간인 6·13 지방선거가 꼭 한 달 남은 날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일상에서 선거는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창 갑론을박을 벌일 정치권에서도 선거 열기가 뜨뜻미지근하긴 마찬가지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 네 명의 의원직 사퇴를 위한 본회의 개최 문제로 힘겨루기를 벌였을 뿐 선거와 관련해 별다른 얘기를 주고받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 사령탑이 된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일(14일) 본회의에서 4명의 사퇴서를 처리할 것”이란 말 외에 선거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민주당과 ‘드루킹 특검’에 올인하다시피 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대결하는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남짓이어서 선거가 중간평가 성격을 갖기도 애매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달구었던 ‘3무(무상급식-의료-보육) 1반(반값 등록금)’ 등 대형 정책 이슈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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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가운데)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지역 후보를 응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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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북한을 둘러싼 미증유의 외교안보 환경이 선거 관심 끌기에 찬물을 퍼부었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최근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도 선거 바로 전날인 6월 12일로 확정됐다. 북·미 회담과 지방선거라는 대형 이벤트가 엇비슷한 날짜를 향해 평행선으로 달리는 모양새인데 파괴력과 화제성 모두 지방선거가 밀린다.

사정이 이러니 야당 후보들이 급해졌다. ‘당 대(對) 당’ 구도가 작동되지 않아 후보 개개인의 각개 격파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친형과 형수에게 한 욕설이 담긴 음성 파일을 언급하며 “그 파일 내용은 인간성 말살, 여성에 대한 폭력, 권력 갑질의 전형으로 민주당은 후보를 당장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서울 사정도 닮은꼴이다. ‘차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민주당 박원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직접 나섰지만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시 권역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박원순의 페인트칠과 환경미화가 아니라 안철수의 4차 산업과 창업을 통해 서울이 살아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이) 북핵 폐기 관련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서울을 살릴 비전을 꾸준히 내놓고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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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왼쪽 둘째)는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각 당 ‘6·13 지방선거 필승대회’에 참석해 지역 후보를 응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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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에 대해 여당 후보들은 사실상 무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아예 당내 경선을 위해 꾸렸던 선거 캠프를 해체한 상태다. 14일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인데 시장 권한 정지 전 마지막 일정도 정치적 행보를 배제하고 서울의료원 방문으로 정했다.

이재명 후보 측도 남 후보가 언급한 파일에 대해 고강도의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선거구도가 유리한 마당에 진흙탕 싸움은 피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는 당 경선 때도 전해철 의원 측의 ‘혜경궁 김씨’ 공세에 대해 비켜 가기로 일관했다.

과거 같았으면 난국 타개책으로 후보 단일화 논의가 일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번엔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다툼이 격화돼 야권 연대는 일찌감치 물 건너간 상태다.

한국당의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단일화하려면 안철수와 박원순이 해야 맞다. 7년 전 박원순 시장을 만든 산파가 벤처 신화 안철수”라고 못박았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학 교수는 “평창 겨울올림픽부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까지 북한 관련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라며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투표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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