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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文대통령 취임 1년] 인천공항 비정규직 "우린 언제 정규직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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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서 청사 내 미화원들이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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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난해 5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장미 대선'을 치렀다. 정국은 혼란스러웠고, 경제, 외교와 안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인수위원회를 통한 정권 이양 없이, 당선과 함께 취임이었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치러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명령받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취임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어느덧 1년이 됐다. <더팩트>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느 때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 문 대통령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인천공항 찾아 '비정규직 정규직화' 의지…미화원 "피부로 못 느껴"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신진환 기자] "기자님, 혹시 우린 언제 정규직 되는지 알아요?"

8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입국장 2층 복도에서 만난 미화원 김모(60·여) 씨는 "비정규직이시냐"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솔깃할 법도 했건만 복도에 비치된 휴지통의 쓰레기를 카트에 옮겨 담는 일에 몰두했다. 그의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쓰레기통을 모두 비우고 나서야 허리를 펴고 몸을 비틀었다. 그제야 취재진의 얼굴을 쳐다봤다.

비정규직이라고 한 김 씨는 "H 용업업체에서 파견됐다"며 "최저임금(시간당 7540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주변 모두 용역업체에서 나온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을 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답답했던지 마스크를 턱에 걸치면서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항에 찾아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비정규직의 처우와 관련한 속내도 털어놨다. "정말 궂은 일 하는 사람은 미화원이다.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통 비우고 분리수거하는 작업이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 일하는 분들, 정말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새벽 5시 반에 버스를 타고 공항에 와서 바로 일한다. 아침 식사할 시간도 없다. 간식 시간이 있긴 한데, 오전 9시부터 딱 10분 간이다. 간식은 직접 싸 오거나 사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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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서 한 미화원이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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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2일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85.7%로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비율은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게다가 외주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의 간접고용 근로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국회와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의 의지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와 노사는 지난해 12월 말 협력사 비정규직 근로자 1만 명 가운데 보안·검색 인원 등 3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7000여 명은 자회사 2곳 소속으로 정규직 전환을 합의했다. 이처럼 인천공항공사가 용역업체의 역할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도 공항 내 미화원들은 정규직 전환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 내 환경미화원 근무자는 모두 1135명이다.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미화원 강모(62) 씨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작년에 정규직 된다고 말만 나왔지, 지금은 그 얘기가 쏙 들어갔다. 현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정부와 공사의 정규직 의지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 정규직이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저야 내년에 정년퇴직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도 정규직이 돼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역시 H 용역업체 파견직이며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고 했다. 강 씨는 "저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거의 쉬지도 못하고 근무하고 있다"며 "고된 일을 하는데도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만큼밖에 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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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서 한 미화원이 화장실을 청소하기 위해 도구를 챙기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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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미화원 이모(59·여) 씨는 정규직에 대해 기대감이 낮았다. 미화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우리 사회에 깔려 있어 정규직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공항 내에서 정규직 얘기가 나왔을 때 내심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정규직이 된 사람 한 명을 보지 못했다"면서 "누가 와도 청소할 수 있고 미화원을 깔보는 인식이 강한데 과연 우리를 정규직 시켜주겠냐"며 다소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규직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괜히 헛물켜서 마음 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뒤 인천공항공사에 정규직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공항의 청결을 책임지는 미화원들은 정규직 주체와 거리감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직접 고용이 되는지, 그 시기는 언제인지도 모른 채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웃소싱(위탁) 계약이 해지가 안 됐기 때문에 미화원 정규직 전환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화원들의 용역 계약이 종료되면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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