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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자화장실·샤워실 '몰카' 잡는다…점검 1~3차까지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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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동행 취재…아직까지 몰카 나온 적 없어

아시아경제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 설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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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몰래카메라 점검하겠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점검이 시작됐다. 이날 점검에 나선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김모씨는 긴 막대기처럼 생긴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꺼내들었다.

몰래카메라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역을 비롯해 화장실, 수영장 탈의실, 목욕탕 등은 몰래카메라 범죄 대상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지하철역 몰래카메라 신고 건수는 643건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화장실 한 칸을 열어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여기저기 갖다 대기 시작했다. 탐지기는 전파를 감지해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준다. 전파가 없을 때는 약한 초록불을 나타내고, 전파가 있을 땐 초록불이 깜빡이며 게이지가 점점 높아진다.

몰래카메라 탐지기는 변기 내부를 비롯해, 변기 뒤쪽, 바닥, 나사, 휴지 걸이 등을 샅샅이 훑었다. 김씨는 "화장실 몰래카메라는 대부분 가슴선 아래에 설치돼 있다"며 "너무 위에 달면 정수리나 뒤통수밖에 안 보여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요새는 몰래카메라가 발달해 나사 모양으로도 나온다"며 "그래서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칸을 점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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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안심보안관이 나사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금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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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몰래카메라 탐지기에 표시된 초록불 게이지가 심하게 올라갔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성안심보안관 유모씨는 "전파가 잡혀서 그런 것"이라며 "이럴 경우엔 2차 레이저로 점검한다. 3차는 불 끄고 랜턴을 비춰보거나 손으로 만져보는 식"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벽에 전선이 설치된 경우였다.

오후 2시20분쯤에는 근처에 있는 장지동 주민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공공기관 여자화장실에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여자화장실을 점검하고 장애인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꺼내 확인하는데 유독 변기쪽에서 다른 곳보다 초록불 게이지가 높게 올라갔다. 몰래카메라가 의심됐다. 유씨는 "장애인화장실에는 대부분 비데가 설치돼 있고 그 외에도 자동으로 돼 있는 것들이 많아 전기제품이 많다"며 "비데선을 빼고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비데선을 꽂지 않은 상태로 화장실 불을 끈 뒤 변기를 점검하자 몰래카메라 탐지기는 다시 잠잠해졌다.

주민센터 2층 샤워실은 화장실과 다르게 위쪽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김씨는 "샤워실이나 타워실 등은 화장실과 다르게 전체적인 모습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위쪽에 달려 있는 경우가 더 많다"며 "방수카메라도 있어서 샤워기 물이 나오는 부분에도 카메라가 있을 수 있으니 다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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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장지동 주민센터 샤워실에서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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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카메라 점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긍정적이다. 장서연(30)씨는 "몰래카메라가 어디에 있을지 몰라 불안한데 이렇게 점검해준다고 하면 조금은 안심된다"며 "몰래카메라 범죄가 없어져 이런 점검 자체도 사라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6년 8월부터 공공시설 내 불법 몰래카메라를 점검하는 여성안심보안관을해 운영하고 있다. 구별로 2명씩 총 50명이 지난해 1년 동안 1만8807개 건물의 6만410개소를 점검했다.

아직까지 적발된 몰래카메라는 없다. 김씨는 "몰래카메라가 나오면 큰일이지 않냐"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불행 중 다행'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몰래카메라 자체 점검을 원하는 민간 시설·기관에 전자파 탐지 및 적외선 탐지 장비를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몰래카메라 탐지기 13대를 빌려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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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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