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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마크롱, 이란 핵 협정 절충안 제시…트럼프 “굿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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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상회담 후 비난서 태도 바꿔…새 합의 가능성 시사

데드라인 촉박…이란 “새 협상 없다” 고수해 실현 여부 의문

“어쩌면 우리는 훨씬 더 큰 거래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 핵 문제를 두고 새로운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담 직전 기자들에게 이란 핵 협정은 ‘미친 짓’이라고 맹비난했던 그가 몇 시간 만에 태도를 바꿨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새 협상은 견고한 토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이란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회견 소식이 알려진 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나서 “트럼프는 협상을 건드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마크롱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핵심요소는 크게 4가지다. 첫째, 기존 합의대로 2025년까지 이란의 핵 개발 활동을 억제한다. 둘째, 장기적으로도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한다. 셋째, 핵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까지 억제한다. 넷째, 시리아·예멘·이라크·레바논 등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의 안정을 추구한다.

마크롱은 일단 기존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견에서 “지난 여러 달 동안 2015년 맺은 핵 협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 협정 덕분에 최소 2025년까지는 이란 핵을 부분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정은 유지돼야 하며, 플랜B는 없다고 했던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오늘 우리가 합의한 것은 기존 협정을 파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염려를 포괄하는 새로운 무엇을 건설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장기적인 이란 핵 억제와 탄도미사일 개발 억제는 트럼프가 줄곧 요구해온 사안들이다. 트럼프는 기존 합의의 여러 일몰조항들을 문제 삼아왔다. 합의 후 10~15년이 지나면 핵 개발에 부과되는 주요 제한조치들이 해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핵과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네 번째 핵심요소로 제시된 ‘지역 내 안정 추구’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는 시리아 주둔 미군을 빠른 시일 내 철군시키고 싶어 한다. 철군 이후 지역 정세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크롱의 아이디어는 이 같은 문제까지 아우른다. 트럼프도 회견에서 “이란과 협상할 당시 예멘과 시리아, 이란이 관여하고 있는 중동의 다른 지역 문제까지 다뤄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새 협정에 개방적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BBC는 “회담 후 트럼프 어조가 바뀌었다”면서 “마크롱은 트럼프와 대화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트럼프는 “다음달 12일 내가 무엇을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월 트럼프는 다음 제재 유예 결정시한인 5월12일을 협정 탈퇴 데드라인으로 못 박았다. 데드라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이 이견을 조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스는 “일몰조항들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이 새 협정을 위해 러시아와 터키, 다른 지역강국들도 끌어들이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측 반응도 냉담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5일 연설에서 “당신(트럼프)은 지금 어떤 유럽 나라 지도자(마크롱)와 함께 기존 협정을 건드리고 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느냐”고 말했다. 로하니는 트럼프는 ‘장사꾼’일 뿐이며 국제협약을 논평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정치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 법과 국제협약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다”고 비난했다. 국영 프레스TV는 로하니의 연설을 전하면서 “이란은 기존 협정에 대안은 없으며, (미국 등이) 협정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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