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시절에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또래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합니다. ⓒ베이비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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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시절에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또래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합니다. ⓒ베이비뉴스A. 30대 초반에 첫 아이를 둔 어느 아빠의 이야기이다. 아기는 이제 만 두 돌, 우리 나이로 세 살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너무 예뻤는데, 요즘은 점점 미워진단다.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 아이가 왜 그런지 아빠로서의 서글픈 마음을 털어놓으니, "그때는 다 그런다, 오죽하면 '죽이고 싶은 세 살’이라는 이름까지 붙었겠냐?" 라며, 다들 '말썽을 부리면서 지나가는 때’라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만 두 돌의 아기를 둔 엄마들이 육아전쟁을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다. 두 돌을 맞으면서 아기는 이제 더 이상 엄마 무릎에만 앉아 있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걷기와 뛰기능력이 발달하여 신체이동이 자유롭다. 자기 몸을 자기 맘대로 움직여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던 것들을 직접 시도해볼 수 있다. 엄마 무릎에만 있던 어린 영아기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내가 할 거야~ 내가, 내가!"를 외치면서 집 안에 있는 궁금한 것들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또 시작이야, 또, 또! 엄마가 하지 말랬지, 하지 말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혼날래? 아유, 내가 못 살아~" 엄마는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아이는 놀라서 멈칫 눈치를 본다. 잠시 후 아이의 탐색(좋은 말로), 그야말로 미운 짓은 계속 된다. "아유, 도대체 아이가 왜 저래? 벌써 사춘기가 오나? 제1반항기? 제말 가만히 좀 있어, 조용히 좀 해! 정신 없어~" 엄마들은 육아에 지치고 아이는 미워지고, 게다가 동생까지 있으면, 정말 살 맛이 안 난다.
이런 상황은 우리 아이만 유별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이런 시기를 지나간다. 그렇기에 이 시기를 'terrible two’라고도 한다. '끔찍한 두 살’이라는 뜻이다. 만 두 돌이 되면, 에너지는 왕성해지고, 비로소 언어가 트이면서 자아가 발달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동생을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언어와 자아가 발달하는 동시에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면서 부정적인 언어들이 터져나온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집 안의 기기들을 흩뜨리고 부서뜨린다. 잠시도 가만히 조용히 앉아 있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두 돌배기가 있다면, 오히려 그 아이가 정상이 아니다. 몸이 아프거나 엄마의 지적에 주눅이 들어 움직임이 멎은 상태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대부분 핵가족으로 살아간다. 예전에는 조부모나 이웃 선배엄마들의 도움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엄마 혼자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일까지 하는 엄마는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이를 따라다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싫어, 내 거야, 주지 마!" 등의 미운 말을 내뱉으며 미운 짓을 해대는 아이를 도저히 봐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돌배기 시기는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기이다. 영아에서 유아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이때에 자아가 발달된다. 부모의 양육이 애정적이냐, 냉대적이냐 하는 것에 따라 자아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형성된다. 긍정적인 자아는 또래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힘을 제공하지만, 부정적인 자아는 그런 힘을 제공할 수 없다. 또래 간에 갈등이 생기면, 부정적인 자아를 가진 아이는 문제행동을 나타낸다. 즉, 초기 자아발달에 부모의 애정적인 양육과 무조건적인 사랑은 필수 요소라는 뜻이다.
실제로 인생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시기는 이때뿐이다.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부모도 조건부사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부모는 아기를 한없이 사랑하고, 애정적으로 양육해야 한다.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으로 두 돌배기는 또래들과 '관계’하는 힘을 얻는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면, '관계’하는 데에 필요한 힘이 부족해지고, 부족한 그 힘을 채우려고 또래들과 다투게 된다.
'미녀와 야수'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야수는 원래는 왕자였으나, 마법의 저주를 받아서 야수의 외모를 하고, 야수로 행동한다. 원래 왕자라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흉측하고 무서운 괴물이 돼 살아간다. 그 마법의 저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와 눈물’을 받아야만 풀 수 있다. 흉측한 야수를 위해서 진정 어린 눈물을 흘리고, 사랑스러운 키스를 해줄 사람, 누구인가? 이 슬픈 저주의 열쇠는 바로 부모, 특히 엄마의 사랑에 있다. 영아기는 부모 중에서도 엄마의 극진한 사랑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엄마의 사랑’이 구체물로 드러난 것이 바로 '키스와 눈물’이다. 엄마의 냉대적인 양육은 곧 마법의 저주처럼 작동한다.
모든 아기는 고귀한 왕자(공주)로 태어난다. 애정적인 양육을 받은 아기는 온전히 왕자(공주)처럼 기품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냉대적인 양육을 받은 아기는 야수로 변하여, 야수처럼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른바 '만날 혼날 짓'만 하는 아이가 된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이’ 야수와 같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아기를 왕자로 만드느냐, 야수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엄마의 양육태도가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우리 집 두 돌배기를 바라보자. "안 돼, 하지 마!"라고 소리 치기 전에, 우선 가정환경부터 안전하게 꾸며주자. 그리고 "우리 ○○이는 궁금한 게 참 많구나.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만지고 싶지?"라며 부드럽게 말해주자. 호기심을 자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을 때, 두 돌배기의 세상은 정말 멋진 곳이다. 그야말로 살 맛 나는 우리 집, 우리 엄마가 된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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