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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남북정상회담, 북미회담의 예고편…文 안전운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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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설훈에게 듣는 4·27 남북정상회담의 조건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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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비핵화를 위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안전운전'이 필수 조건입니다."

4ㆍ27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북ㆍ미정상회담의 '예비회담'이란 성격에 걸맞은 신중한 자세를 당부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특사였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5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잃어버린 남북관계 10년'만에 대화를 재개하는 회담"이라며 길잡이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결국 (뒤이은) 북ㆍ미정상회담이 성공해야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겸손한 자세에서 두 회담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해 회담을 사전 조율한 바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청와대 원로자문위원으로 위촉돼 문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박 의원은 이번 회담의 경우 2000년 1차 회담과 달리 남북 간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당시에는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문제가 (막판까지) 논란이 됐고, 회담의 의제나 합의문이 전혀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김 전 대통령이 대역까지 놓고 연습을 했다. 막판에는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통해 일종의 친서까지 보내 사전 조율을 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이어 "지금은 (회담 직전 추가로) 특사를 보낼 필요 없이 사전 조율이 잘 됐다고 하는데, 이 자체가 진전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대북ㆍ대미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직접 만났고, 북ㆍ미의 사정을 잘 알면서 문 대통령의 신임까지 받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협상에 동참해 결과가 좋을 것"이라며 "핵ㆍ미사일실험 중단, 핵동결, 비핵화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 이외에도 ▲군사적 긴장 완화 ▲이산가족 상봉 ▲종전 및 평화선언 ▲남북한 상호 대표부 설치 등이 합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합의가 현실화 되기 위해선 역시 북ㆍ미정상회담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그런만큼 문 대통령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그는 "북핵도 북ㆍ미 간의 문제이고, 종전협정 역시 법적으로 보면 미국ㆍ중국ㆍ북한이 당사국이다. 비핵화 선언이든, 종전 선언이든 북ㆍ미 정상회담의 예고편"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 간 궁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은 18세 나이 차이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31세 차이가 난다"면서 "문 대통령은 원래 심성이 고운 분이고, 김정은도 김 전 대통려에게 예의를 갖춘 아버지(김정일)에게 후계수업을 받았기에 (문 대통령을) 깍듯이 모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궁합에 대해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가 (김정은이) 세계적 빈곤국가의 망나니 지도자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대하며) 체면을 살려주면서 비핵화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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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한이 '우리에게 무엇을 도와줄 것이냐'라고 요구하는 부분에서 말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과 미국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을 미리 무마하거나 정리하는 역할을 (문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국회의원이면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이끌었다. 여권의 대표적인 대북통으로 꼽힌다.

설 의원은 이 같은 이견조율을 위해 북ㆍ미정상회담에 앞서 남북과 미국이 '3자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어서 충돌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한다"며 "3자회담을 먼저 열어 (문 대통령이) 배석하게되면 마찰이나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의원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문화ㆍ스포츠 분야의 교류도 확산될 것으로 봤다. 설 의원은 "현재 대북제재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은 손대기 쉽지 않겠지만 문화ㆍ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차츰 신뢰를 쌓으면 경제교류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 의원은 두 정상의 성향에 대해 "김정은은 지도력을 바탕으로 강하게, 무지막지하게 밀고나가는 스타일"이라며 "(반면) 문 대통령은 유하면서도 결단력이 있는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성향이어서 협상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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