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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신성장 시설투자 세액공제 1년 '생색내기 정책' 결국 수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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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대상·기준 엄격해 혜택받는 곳 거의 없어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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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기업들의 미래 핵심 기술 개발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제정된 세액공제 제도가 시행 1년여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경영계는 꾸준히 이 제도에 대해 '문턱'이 너무 높아 혜택을 받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해왔고, 결국 정부도 이를 인정해 손질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수 년 간 꾸준하게 기술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색내기에 그친 정책탓에기업들의 개발의욕만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25일 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신성장 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지원 대상, 기준 등이 너무 제한적이고 엄격해 사실상 혜택을 받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산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기재부는 7월께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관련 개선안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세법개정안에 신성장산업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시설투자시 투자금액의 최대 1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신설,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지능정보, 차세대 SW 및 보안, 로봇, 항공ㆍ우주 등 11개 분야 157개 기술을 신성장산업 기술로 지정됐다.

하지만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이 많다. 세법상 매출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이 5%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대표적이다. 세법상 R&D 비용은 연구원 인건비, 원재료비, 위탁비용만 인정되는 반면 감가상각비, 퇴직급여, 간접경비는 제외돼 회계상 R&D 비용 대비 인정 범위가 좁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매출 10대 기업의 평균 세법상 R&D 비율은 2.8%이며, 과세표준 2000억 이상 기업은 1.3%에 불과하다. 전체 기업 평균치도 0.6%에 그친다.

이와 함께 신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적 수용이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2016년도에 제시한 157개 기술 중 최근 부상한 '블록체인'은 빠져있다. 실제 A사는 블록체인 정보보안 R&D에 착수, 수천만의 고객정보 유출위험을 통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신성장 R&D 기술에 블록체인이 해당되지 않아 관련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신기술 개발에 R&D를 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점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독려를 해야한다"면서 "자사가 미래먹거리로 보는 기술이 세액공제 대상으로 포함돼 기대했으나 요구치가 너무 높아 신청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기술을 정하는 방식을 정부가 대상을 나열하는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제외대상을 명시하고 그 외의 것은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바꾸거나, 수시로 신성장 R&D 공제대상 기술을 편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또 세액공제 비율 요건을 낮추거나 세법상 신성장 R&D 인정 비용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에도 정부는 원천 기술 지원 정책을 발표했는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는 업체들이 활용하지 않는 '레이저열전사(LITI)' 방식 하나만을 인정했다. 결국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재조정을 건의한 결과 기재부가 이를 수용, 국내업체들이 필요한 영역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런 지원책에 힘입어 현재 OLED 분야에서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제도의 취지는 좋았지만 기재부에서 R&D를 많이 하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자는 인식에서 세율을 크게 높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제도 유연성 확보를 통해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이 있다면 바로바로 반영되는 등 정부와 재계 사이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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