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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대기업 회사채에 자금 블랙홀...5월에도 흥행몰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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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SK건설은 올해 첫 3년물 회사채 발행규모를 당초 8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증액했다. SK건설에 따르면 지난 5일 실시한 이 회사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모집 금액 800억원의 8배가 넘는 약 694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경쟁률은 8.7대 1이었다. 기존에는 리테일 수요 중심이었으나 이번에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참여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LG화학은 회사채 수요 예측제 도입 이후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2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을 실시한 결과 2조1600억원의 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이는 2012년 국내에 수요 예측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블랙홀 처럼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해외 채권 투자 메리트가 줄어들자 기관들이 앞다퉈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여기엔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더는 우량 회사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시장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2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GS파워, LIG넥스원, LG전자 등의 우량물과 효성(A+) 등이 1000억원 이상의 수요예측을 계획하고 있다.

맥쿼리한국인프라와 E1은 5월에 각각 19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A등급은 한화케미칼(A+)이 1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하고, 파르나스호텔(A+)도 700억원 규모의 차환이 필요하다.

시장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들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수요는 적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설비투자 성장률이 올해 12.8%에서 내년에 5.1%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배구조개편 등 자금 수요 요인은 많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첫 번째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더욱 철저한 혐의 입증과 분석을 통해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고 중소기업의 거래 기반을 훼손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위산일궤(爲山一궤·산을 쌓는 것은 한 삼태기의 흙에 달려 있다)'를 인용하며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들의 수급도 좋다.

한·미 금리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스왑포인트 역전 폭이 130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덕분에 해외투자에 대한 헷지(위험회피) 비용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흐름과 금리 인상속도를 볼 때 연말까지 헷지비용이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기관의 국내투자 비중도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권사들의 자본 확충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은 BBB등급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하위등급 순발행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회사채 시장 주요 10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신세계·CJ)이 연초 선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들 10대 그룹의 회사채 발행 니즈를 추정한 결과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11조9530억원 가량의 발행 수요가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OCF) 기준으로 31조554억원이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OCF 기준으로 19조1370억원의 회사채를 순발행 할 여건이 된다. EBITDA기준으로 3조810억원의 수요가 있다. 다만 2분기 기준 7조원 가량의 현금자산과 최근 발행 실적을 고려할 때 실제 순증 발행은 크지 않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수요가 있다.

OCF 기준 3조8890억원, EBITDA 기준 2조3180억원의 순증 발행이 예상된다. 다만 SK그룹은 약 6조1000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순증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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