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에 재심사 신청시 미중 무역 마찰로 매각 완료까지 시간 소요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홍콩 투자 펀드 아가일 스트리트 매니지먼트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반대하고 나선 건 매각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자체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시바 지분을 보유한 아가일 스트리트는 지난 6일 “매각 대상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의 가치가 계약금(2조엔)의 두 배 이상인 4조4000억엔(약 43조6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도시바 메모리 욧카이치 공장 [사진=닛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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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중국 암초로 장기화한데다 글로벌 투자 펀드가 속속 가세하면서 인수전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23일에는 미국 대형 투자펀드 패럴론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도시바 주식 5.3%를 매입하기도 했다.
도시바는 작년 12월 6000억엔(5조9300억원) 대규모 증자로 잠본잠식 위기라는 발등의 불은 끈 상태다. 여기에 반도체 호황으로 메모리 사업 매각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매각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메모리 사업은 도시바 영업이익 90%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지속적으로 조기 양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도시바메모리 신규상장(IPO)과 같은 다양한 대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싼 향후 시나리오는 ▷중국 승인 ▷중국에 재심사 청구 ▷매각 철회후 상장 3개로 요약된다.
▶중국 당국 승인 = 첫 시나리오는 최종 매각 시한인 5월 28일까지 중국 상무부가 독점금지법 승인을 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매각 절차는 기존 계약대로 조기에 완료될 전망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3950억엔(3조9000억원)을 투입해 전환사채(CB) 투자 및 일부 대출을 해주게 된다. 의결권은 15%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향후 10년간 불가능하다. 계약 체결 당시 이같은 조건을 달아 중국 심사에 영향을 최소화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게 되면 낸드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세계 2위인 도시바는 낸드를 발명한 회사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삼성전자와 양강구도를 보이고 있지만 낸드에서는 점유율 11%로 5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에 재심사 신청 = 또 다른 시나리오는 5월 말까지 중국의 승인 나오지 않을 경우 재심사를 청구하는 방안이다. 재심사에 들어갈 경우 미중 무역 마찰로 매각 완료까지는 1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7월1일 이후 베인캐피털에 발생하는 계약 해지 권한이다. 베인은 도시바에 100억엔(978억원)을 위약금으로 지급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인캐피털이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가 꺾이고 있는 시황을 감안해 인수가격 인하와 중국 반독점 심사 승인을 위해 멤버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계약상 한미일 연합의 창구인 베인캐피털이 각국의 반독점 심사 통과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중국이 수용하기 쉽도록 구성 멤버를 포함한 인수단을 재조정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국책사업으로 정한 중국 정부는 도시바 인수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장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직접 일본을 오가며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최태원 회장은 최근 “(도시바메모리) 재협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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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철회 후 상장 = 마지막 시나리오는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매각을 철회한 후 신규 상장하는 경우다.
도시바는 중국 당국의 승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매각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자금난이 해소된데다 매각 반대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각을 철회하게 되면 도시바 재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자금난이 해소됐다고 해도 도시바의 자기자본비율은 3월말 현재 11%로 낮은 수준이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상장 심사에 시간이 걸린다. 도시바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빨라도 2019년”이라고 말했다. 상장으로 메모리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거나 은행단 채무상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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