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만드는 것이 없던 을지로, 다시 부활하다
조선시대 중반까지는 을지로가 없었다. 궁궐 바로 앞인 종로에는 여러 관청과 육의전이 형성되었고, 그 아래 생활 하수의 통로 격인 청계천, 그 아래 혜민서, 장악원, 훈련도감 등의 관아와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물건들을 팔던 저포전, 지전, 내외어물전 등이 열리는 중로(中路)가 있었을 뿐. 이 중로가 오늘의 을지로로, 당시에는 황토로 덮인 언덕이 누런 색을 띈다 하여 ‘구리개’라고 불렀다. 일제 강점기 때 이 구리개 일대, 즉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부터 구리개를 지나 광희문에 이르는 폭 12간(약 21m)의 신작로를 만들고 ‘구리개’와 비슷한 뜻의 ‘황금정통’이란 이름을 붙였다. 점차 길이 넓어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자 종로에 있던 상점들이 을지로로 옮겨 오면서 지금의 명동까지 이어지는 번화한 상권이 형성되었다. 해방 이후, 황금정통이란 일본식 길 이름은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을지로로 바뀌었고, 대한민국 경제 개발 시기에 금융업, 상업, 제조업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 기여한 기계 공구, 건축 자재, 인쇄, 제지, 조명 등의 집산지가 되었다. 특히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기계와 전자 산업 상가는 ‘을지로에서는 못 만드는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이처럼 지난 100여 년간 전기와 전자의 세운상가, 종이의 방산시장, 건어물의 중부시장, 을지로 공구골목 등은 특정 분야의 전문 상가로 이름을 떨치며 호황을 누렸고, 여기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고를 달래줄 식당과 술집도 덩달아 늘어났다. 1940~50년대에는 우래옥, 을지면옥, 오장동 흥남집, 평래옥, 안성집, 오구반점, 강산옥, 안동장, 문화옥, 조선옥을 비롯해 노가리골목, 골뱅이골목이 생기면서 을지로는 더욱 번성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재래시장들은 활기를 잃어 갔고,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로 대량 인쇄가 사양 산업이 되면서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던 인쇄 골목의 기계음도 점점 줄어들었다. 인쇄소들이 시내 중심가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서 을지로는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걷는 듯했다.
달라진 세운상가©매일경제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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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전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들어온 아티스트들
공장 지대였던 뉴욕 소호가 대공황 이후 황폐해져 갈 때 예술가들이 빈 공장을 스튜디오로 활용하면서 지역 전체가 예술가들의 감성으로 채워져 새로운 역사를 썼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비어 가는 을지로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이들은 예술가들이었다. 2013년 11월, 김갑환, 김환중 등 몇 명의 아티스트 역시 작업하고 전시할 공간을 찾다가 세운전자상가 3층에 권리금 없이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을 내고 들어왔다. 그곳에 갤러리 300/20을 열고 지속적으로 전시를 했다. 이후 기술 프로젝트 공간 ‘기수리예수리’, 아티스트 빠키의 1인 갤러리 ‘빠빠빠탐구소’ 등이 들어왔고, 2015년에는 중구청이 을지로 예술창작지원공간 입주자를 공모해 아티스트들이 전격적으로 을지로로 들어왔다. 저렴한 임대료도 좋았고, 인공위성도 만든다는 을지로 장인들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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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가장 먼저 본다는 아티스트들이 을지로에 터를 잡자 디자이너와 젊은 셰프들이 따라 들어왔다. 초기 투자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고, 을지로 특유의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 1970년대에 지은 백색 타일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고 실내만 깔끔하게 수리했다. 집기도 대부분 을지로에서 구하다 보니 자개장, 철제 의자, 파이렉스 그릇 등 빈티지 제품이 많았다. 근대화된 세상에서 태어난 1980년대생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눈높이를 높여 왔고, 그 세련된 안목으로 개성 있는 식당과 카페를 만들어 나갔다. 낮에는 산업 역군들이, 밤에는 문화 역군들이 을지로를 교대로 밝히는 묘하게 조화로운 일상을 만들어 냈다. 옛 혜민서 터에 자리를 잡고 한약재 수납장 등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 ‘커피한약방’, 인쇄소 건물 4층의 작업실 겸 쇼룸에 카페를 만든 ‘호텔수선화’, 겉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게 간판도 없이 식당을 차렸는데 떡볶이 맛집으로 소문이 난 ‘을지로미팅룸’, 건물 꼭대기 층에 바를 차리고 저녁에만 영업하는 ‘신도시’ 등이 SNS를 통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을 올리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흥미로운 건 여전히 업을 이어 가는 을지로의 기계나 건축 자재 상점들과 함께 을지로의 오래된 식당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심지어 ‘노포’라는 이름으로 조명을 받아 전보다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 이북 음식의 계보를 잇는 냉면집, 화교상인이 운영하는 중국집 등에는 노포의 맛을 보려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70여 년간 그 맛을 지켜 온 노포들과 갓 오픈한 개성 있는 가게들이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서 을지로의 새로운 풍경과 맛을 만들어가고 있다.
OLD
▶을지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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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의 본산이라 할 의정부평양면옥의 둘째 딸이 운영하는 곳으로 1985년에 실향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을지로 3가역 공구상들 사이에 개업했다. 입구부터 특이한데, 건물 사이의 골목을 벽으로 삼아 이북 지도와 옛날 이북 지역 사진들을 액자에 걸었다. 냉면을 먹으러 온 실향민들이 순서를 기다리면서 추억에 젖을 수 있게 한 것. 젊은이들은 신기해하며 흘낏 보고 지나가지만 회한에 찬 눈빛으로 하염없이 사진을 보는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의정부계답게 맑은 육수, 메밀을 많이 넣은 면, 수육 몇 점 그리고 고춧가루와 파가 들어간다. 육수는 짱하게 맑고, 메밀 향이 좀 더 난다. 심심한 육수에 고춧가루와 파가 들어가 향신 역할을 한다. 보통 어르신들은 점심에 냉면 한 그릇, 수육이나 편육 반 접시에 소주 반 병을 시킨다. 원래 수육은 물에 삶은 고기고, 편육은 이를 잘라낸 것을 뜻하지만 을지면옥에서는 수육은 삶은 쇠고기, 편육은 삶은 돼지고기를 말한다.
주소 서울 중구 충무로 14길 2-1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과 명절 휴점
주요 메뉴 냉면, 비빔냉면, 수육, 편육
▶우래옥
70여 년간 불고기와 냉면, 한 길을 걸어온 우래옥 |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맛집 우래옥은 1946년에 지금의 자리에서 ‘서북관’이란 이름으로 불고기와 갈비, 냉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6·25 때 잠시 폐업했다가 다시 문을 열면서 ‘다시 돌아온 집’이란 의미로 ‘우래옥’이란 이름을 달았다. 양념 갈비와 불고기가 주 메뉴이지만 평양냉면의 붐을 타고 냉면 맛집으로 더 크게 소문이 났다. 소고기 육수에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 맑으면서 진한 느낌의 육수와 메밀을 많이 넣은 순면으로 유명해졌다. 여름철 점심 때면 우래옥 냉면 먹으려는 사람으로 을지로 4가역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 점심 때는 보통 불고기 2인분에 냉면 두 그릇을 시켜 먹는 이들이 많고, 저녁에는 고기를 먹으러 오는 주변 직장인들이 많다.
주소 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월요일과 명절은 휴점
주요 메뉴 불고기, 갈비, 평양냉면
▶남포면옥
1.어복쟁반에는 편육과 메밀국수, 각종 버섯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2.갈비를 넉넉히 넣어 주는 갈비탕. 점심 인기메뉴다. 3.원래 자리 옆에 신관이 들어서 나란히 자리한 남포면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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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금융가에 둘러싸인 골목에 자리한 지 40년. 동치미 국물에 말아 주는 냉면과 푸짐한 어복쟁반이 유명한 남포면옥이다. 원래 있던 한옥에서 하나씩 옆집을 사서 건물을 이어 가며 넓히다가 얼마 전에 아예 새 건물을 올리기도 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집이다. 입구에서부터 동치미를 담은 옹기 항아리를 땅에 묻어 놓고 담근 날짜를 써 붙여 놓은 모습이 인상적인데, 거의 매일 동치미를 담그는 듯 날짜가 촘촘하다. 이 동치미 국물을 따로 담아 주고, 냉면에도 이용한다. 원래 손님이 많은 집인데, <미슐랭가이드서울 2018년>판에 ‘빕 구르망(Bib Gourmand)’ 식당으로 선정되고, <수요미식회>에 갈비탕이 나오면서 손님이 더 많아졌다. 한옥 처마 밑에는 ‘손님은 왕이다’란 현판이 붙어 있고, 역대 대통령, 정치 경제계 유력 인사, 연예인의 사인이 벽을 도배하다시피 빽빽이 붙어 있다. 어복쟁반은 편육과 메밀국수, 노루궁뎅이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쑥갓을 푸짐하게 올린 뒤 접시만두를 얹어 상 위에서 고체 연료로 끓여 먹는 푸짐한 국물 음식으로, 추운 겨울날 여럿이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기 좋은 메뉴. 평일 점심에는 갈비를 푸짐하게 넣어 주는 갈비탕이 가장 인기 메뉴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3길 24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명절 휴점
주요 메뉴 냉면, 어복쟁반, 불고기
▶평래옥
1.메밀면에 육수, 열무김치를 올려주는 냉면 2.여름날, 초계탕을 맛보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선 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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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에서 내려왔다 해서 이름이 붙은 평래옥은 1950년부터 3대째 이어 오는 이북 음식 전문점인데 식초와 겨자를 넣은 초계탕으로 유명하다. 여름이면 이 집 역시 점심 때 입구에서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12시 전에 가거나 1시 반 이후에 가야 줄 안 서고 바로 먹을 수 있다.
닭고기로 육수를 내고 메밀면 위에 잘게 찢어 새콤하게 무친 닭무침, 달걀, 오이, 배 등을 올려 주는데, 맑은 육수에 더해져 입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이 집 냉면은 육수에 메밀면을 넣고, 열무김치와 절인 무, 편육 한 점, 삶은 달걀 반 개를 얹어 준다. 기본 찬으로 작은 접시에 닭무침이 나오는데 잘게 찢은 닭고기를 새콤하고 매콤하게 양념해서 준다. 따로 닭무침 메뉴가 있어서 추가는 안 해주는데, 이 닭무침 덕분에 냉면의 맛이 달라진다. 다른 평양냉면 집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아이템이다.
주소 서울 중구 마른내로 21-1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 30분~ 5시), 일요일 휴점
주요 메뉴 냉면, 닭무침, 초계탕, 평양식쟁반, 녹두지짐
▶이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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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을지로 안쪽 골목에 설렁탕집을 차린 지 40년이 넘었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설렁탕을 낸다. 점심시간이 되면 와이셔츠만 입고 들어와서 설렁탕 한 그릇 먹고 바로 나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거의 매일 점심을 이남장 설렁탕으로 정해 놓고 먹는 단골이 많다고. 한우 양지, 사골과 도가니, 우설 등을 뼈째 넣고 48시간 끓여 낸 설렁탕은 국물이 뽀얀 색을 띠며 달짝지근할 정도로 맛이 진하다. ‘설렁탕 특’은 가격이 보통 설렁탕의 거의 두 배인데, 고기가 두 배 이상 더 나와서 어르신들이 많이 시킨다. ‘특’이나 ‘보통’이나 편육이 두툼하고 큼직하며, 보통이 9000원인데 하루가 든든할 정도로 푸짐하게 나온다. 창업자인 신영주 씨가 을지로 본점을 지키고, 큰 아들이 삼성점과 서초점을, 둘째 아들이 여의도점, 딸이 논현점을 운영해 오다가, 2000년 초반부터 기업형 직영점으로 바꿔 지금은 전국에 10여 개의 매장이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삼일대로 12길 16
영업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9시 30분, 주말 오전9시 30분~오후 9시
주요 메뉴 설렁탕, 내장탕, 수육
NEW
▶을지로미팅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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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의 힙플레이스가 다 그렇듯 찾기가 쉽지 않다. 인쇄소와 제본소를 오가는 삼발이, 지게차, 손수레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가다 ‘솔 커피 호프’라는 간판이 나오면 그 건물 2층에 을지로 미팅룸이 있다. 간판도 없는 집에 점심 때면 30분 이상 계단에 줄을 서 있어야 할 정도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을지로미팅룸이라는 상호답게 홀에는 양쪽에 긴 테이블이 두 개 놓여 있다. 정상 회담을 하듯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쪽에 앉는 방식. 테이블에는 중간중간 초와 꽃, 물을 담은 빈티지 소품이 놓여 있다. 실내에 있는 시계, 장식장의 소품들도 대부분 앤티크들. 유명한 떡볶이와 타파스를 시키면 1970년대 집에서 사용하던 우윳빛깔 유리 접시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 쫄깃한 떡 안에 치즈가 들어 있는 독특한 떡볶이는 매콤하고 맛있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2길 19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5시), 일요일 휴점
주요 메뉴 구름파스타, 타파스, 떡볶이, 죠니스테이크, 톡톡 큐브연어
▶커피한약방&혜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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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장 옆에 아주 좁은 골목 근처. 커피 볶는 냄새를 따라가보면 마주하는 커피한약방은 코리안 빈티지 스타일 인테리어로 유명한 곳이다. 1970년대에 내다 버린 자개장 앞면을 카운터 벽으로 세우고, 유행 지난 샹들리에, 구식 전화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등을 그대로 가져다 달았다. 30년 세월이 바깥길로만 지나간 듯 1970년대에 머문 이곳에 앉아 통돌이로 로스팅해 핸드 드립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어릴 적 향수와 부모님과의 추억이 슬그머니 떠오른다. 엄마의 자개장 서랍 속에서 하나씩 몰래 꺼내 먹던 초콜릿 이야기, 할머니의 화장대였던 자개 경대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또한 조선 시대 혜민서가 있던 자리라는 데 착안해 커피한약방 앞에 ‘혜민당’이란 이름의 양과자점도 만들었다. 이제는 ‘태극당’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버터크림 케이크로 쇼윈도를 장식해 B급 감성을 슬쩍 건드린다. 물론 안쪽 쇼케이스에는 쿠키슈, 무스오미자, 서양배타르트, 무화과타르트, 녹차케이크, 티라미수, 프로마쥬, 산딸기초코, 생크림딸기, 생초콜릿 등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가 가득하다. 커피한약방에서 커피를 주문해서 혜민당에서 케이크와 함께 먹을 수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삼일대로 12길 16-6(커피한약방), 16-9(혜민당)
영업 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 30분, 오전 11시~오후 10시(토), 낮 12시~오후 8시(일)
주요 메뉴 필터커피, 서양배타르트, 프로마주
▶잔
1. 골뱅이 식당 3층에 자리한 잔 2. 실내 벽을 둥글게 뚫어 통로를 만들고, 모자 모양의 조명으로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주었다. 3. 손님이 원하는 잔을 캐비닛에서 골라 가면 그 잔에 음료를 담아주는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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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루이스박이 익선동에 카페를 냈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익선동이 도대체 어디야? 이름이 ‘식물’이라고? 익선동 붐을 만든 장본인인 루이스박이 이번에는 을지로를 골랐다. 골뱅이골목의 ‘덕원골뱅’이 3층에 ‘잔’을 콘셉트로 한 카페 ‘잔’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인쇄소 사무실이거나 제판실이었을 이곳은 별세계가 되었다. 메뉴를 보고 마실 음료를 고르면 캐비닛에 있는 잔 중 각자 취향에 맞는 잔을 들고 가서 주문하는 재미있는 시스템. 에그타르트와 아이스크림 팥도너츠 등을 함께 먹다 보면 30년 전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공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연대감을 가질 수 있게 긴 테이블을 두 개 놓고, 모자 모양의 조명들로 테이블을 비추게 했다. 루이스박은 ‘인간과 사물이 인연이 되고, 공간을 만나 새로이 태어난다’란 구절을 써 붙여 놓고, 을지로의 잔에서 사람들 사이의 인연에 대해, 사람과 공간에 대해 수많은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 52, 3층
영업 시간 오전 11시~자정, 일요일 휴점
주요 메뉴 잔 라떼, 베트남 연유커피, 무주구천동 오미자에이드, 에그타르트, 아이스크림 팥도너츠
▶분카샤
1. 인쇄소와 제본소가 즐비한 골목, 건물 입구에 하얀 입간판이 보이면 분카샤다. 2. 과일과 생크림이 그림처럼 예쁜 후르츠산도와 오렌지 진저에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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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이름을 듣고 일본 출판사인줄 알았다. 이름과 함께 먹음직스러운 과일 샌드위치 사진이 엄청나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서 분카샤가 디저트 카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분카샤’는 ‘문화사文化社’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쓴 것이고, 이곳에서 파는 과일 샌드위치도 일본식 디저트라서 ‘후르츠산도’라 부른다. 키위, 딸기, 망고, 바나나 등의 과일을 썰어서 생크림과 섞은 뒤 폭신한 빵에 발라 4등분 해서 1인당 두 쪽씩 내는 후르츠산도는 산뜻한 비주얼만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으켜 을지로 3가의 좁디좁은 인쇄소 골목으로 찾아오게 했다. 간판도 달지 않아 골목을 헤매다가 입구의 작은 입간판을 발견하고는 흥에 겨워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 하얀 공간에 나지막한 테이블과 식물들을 놓아 깔끔한 분위기도 좋고, 반려견 액세서리를 같이 팔아서 구경하기 좋다. 반드시 1인 1음료 주문해야 하는 곳이라 음료 1개씩 시키고, 후르츠산도까지 시키면 가볍게 2만 원이 나오니, 6000원짜리 짜장면 얻어 먹고 “디저트는 내가 살게” 하고 분카샤로 오면 완전히 손해라는 걸 잊지 말자.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4길 20
영업 시간 정오~오후 11시, 정오~오후 6시(일), 정오~오후 11시(공휴일), 월요일 휴점
주요 메뉴 후르츠산도, 아메리카노, 오미자라임소다, 오렌지진저소다
▶디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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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겸 바, 레코드숍 클리크레코드, 루프탑으로 이루어져 있는 디엣지. 찾기가 힘들었다 하니 그게 콘셉트라 한다. 정말로 취향이 맞는 사람들만 왔으면 좋겠어서 인터뷰 요청도 거의 거절하고 있다는데 이미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 버렸다. 입구에는 클리크레코드가 있다. 희귀한 LP와 카세트테이프, 디자인 소품들을 판매하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건물 옥상에 루프탑 공간이 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카페에서 음식을 한다. 빵에 햄과 각종 치즈와 달걀을 넣은 크로크마담, 크루아상에 치즈들을 넣은 크루아상 오 잠봉, 샐러드가 주요 메뉴. 오후 6시부터는 바에서 음식을 한다. 팝콘, 치즈 딥, 소시지와 허니머스터드소스 페스트리, 햄앤치즈 플레이트 등이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2길 8, 3층
영업 시간 오후 2시~자정(화, 수, 목), 오후 2시~다음날 오전 1시(금), 오후 2시~오후 8시(토, 일),
*클럽 나이트: 토요일 오후 10시부터. 월요일 휴점
주요 메뉴 크로크마담, 크루아상 오 잠봉, 파프리카 버터 팝콘, 피그스 인 어 블랭킷, 데빌스 온 홀스백, 커피, 비어, 프렌치토스트 등
[글 신혜연(콘텐츠 기획자) 사진 신혜연,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26호 (18.05.01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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