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쑥섬 힐링길과 미르마루길을 걷다
쑥섬 힐링길은 걷는것만으로도 감동이 몰려오는 곳이다. 비밀의 정원으로 드는 길목, 보라빛 현호색 군락이 길손을 반긴다. |
난대원시림에 떨어진 동백이 붉은 비단길을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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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 힐링길에서 바라본 풍경, 바람에 흔들리는 노랑 유채꽃 너머로 다도해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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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 원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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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 힐링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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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 양심돈통...탐방객이 양심껏 1인당 5000원을 내고있다. 이 돈은 쑥섬을 가꾸고 보존하는데 사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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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으로 해가 질때 미르마루길에서 만난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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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의 봄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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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주 작고 예쁜 섬입니다. 소박하고 수수합니다. 400여년의 숨결을 간직한 난대원시림은 그야말로 비밀의 정원입니다. 육박나무, 푸조나무, 후박나무 등 3백여종의 나무들로 빽빽한 숲은 전남도 1호 민간정원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원시림을 지나 느릿느릿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힐링길은 2시간 남짓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감동은 시간으로 따질 수가 없습니다. 고흥 나로도항 앞, 섬 속의 섬인 '쑥섬' 이야기입니다. 섬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쑥섬지기'인 김상현, 고채훈 부부와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며 한 땀 한 땀 꽃씨를 뿌렸습니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채 가꾼 산책길은 매력덩어리입니다. 고흥에서 걷는길이 어디 쑥섬 뿐일까요. 개통도 하기 전에 벌써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 있습니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영남 용바위로 이어지는 '미르마루길'입니다. 다랑이논길, 몽돌해안, 해안절벽을 따라 걷습니다. 1시간 남짓 다도해를 감상하며 걷는 길을 그야말로 고흥의 매력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깊어지는 봄날 '쑥섬 힐링길'과 '미르마루길'을 다녀왔습니다.
◇쑥섬 힐링길-원시난대림, 꽃정원 등 감동의 깊이가 다른 산책
고흥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비밀의 정원처럼 마음속으로 꼭꼭 숨겨둔 섬이 있다. '쑥섬'이다.
지난주 드디어 비밀의 정원에 들었다. 나로도항에서 배를 타고 5분여 만에 섬에 닿았다. 쑥섬은 '애도'라 불린다. 쑥 애(艾) 자를 쓴다. 쑥이 많이 자란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전남도 제1호 민간 정원이기도하다.
해안선 길이가 3.2㎞ 정도에 불과한 이 작은 섬에 스무 명 남짓한 주민이 옹기종기 산다. 섬의 크기는 작아도 볼거리는 풍성하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난대림이 울창한 원시림, 사연 많은 바위들, 별정원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중 별정원은 김상현, 고채훈씨 부부와 마을주민이 가꾼 정원이다. 거제 외도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수수한 들꽃들과 만날 수 있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양심 돈 통'이 반긴다. 원시림, 힐링길, 별정원 등 마을 가꾸기에 쓸 용도로 '양심껏' 한 사람당 5000원을 받고 있다.
포구에서 눈에 띄는 하얀 '갈매기 카페'로 간다. '쑥섬 힐링길'의 들머리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음료도 마실 수 있다.
카페 뒤편으로 나서면 탐방로다. 몇 계단 오르니 아늑한 대나무 오솔길이 이어진다. 대나무 숲을 통과하면 후박나무, 육박나무, 푸조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선 원시림이 나온다. 현호색과 떨어진 동백잎이 발밑에서 길손을 반긴다. 마을 주민들의 단체사진 아래에 '400년 만에 개방하는 신성한 숲이니 소중히 아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태풍 매미로 쓰러진 아름드리 통나무도 그 자리에 자연스럽다. 원시림을 벗어나자 섬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유채꽃이 활짝 핀 능선너머 바다 끝자락에 소거문도, 손죽도, 초도가 걸려 있고, 왼편 쑥섬 끝자락 바위절벽에는 파도가 부서진다. 좌우 어디로 시선을 둬도 푸른 다도해가 넘실거린다.
섬 정상 부근에 별정원이 있다. 김씨 부부가 8여년을 가꾼 곳이다. 계절을 달리하며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현호색, 수선화, 유채꽃 등이 한창이다. 산상 정원 너머로는 사방으로 거칠 것 없는 풍경이다.
쑥섬 정상(해발 83m)에 서서 다도해를 바라보다 정상 표지판에 그만 웃음이 나고 말았다. 에베레스트, 백두산, 한라산 높이도 함께 표기하고, '별 차이가 없군요'라는 익살스런 글귀다.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걸으면 곧 일몰 명소로 유명한 성화등대에 닿는다. 이어 동백나무길, 주민들의 추억이 쌓인 쌍우물 등을 지나면 다시 마을 안쪽이다. 섬 끝에서 만나는 돌담길도 인상적이다. 돌담 초입에 강제윤 시인의 글이 적혀 있다. 강 시인은 골목길을 '바람의 통로'라고 했다. 바람을 막는 게 아니라 잘 지나가도록 하기 위해 돌담을 세웠다는 것이다.
돌아서는 길, 포구에서 탐방객을 맞이하는 김상현씨를 만났다. 그는 "숲과 정원에서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어 가는 섬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힐링길을 걸어보면 누구나 그런 위안을 받아 가리라 장담한다. 배를 기다리며 '양심 돈 통'을 다시 한 번 본다. 5,000원이 아깝지 않은 선물을 한아름 받은 기분이다.
◇미루마루길-우주발사전망대~영남 용바위 해안길, 다도해 풍경 장관
미르마루길에 조성된 용조형물 뒤로 다도해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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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개통을 앞두고 있는 미르마루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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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에 걷기 길이 새로 생겼다. '미르마루길'이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영남 용바위까지 4㎞를 걷는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우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미르마루길'은 웅장한 해안 절벽과 절경을 줄곧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 들머리인 우주발사전망대에 서면 올망졸망한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시작된 길은 사자바위와 다랑논, 몽돌해변 등 여러 볼거리를 품었다. 용굴 등 기암절벽도 지난다. 곳곳에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용 조형물 등도 세워 뒀다.
해안로를 따라 걷자 오솔길과 목재 보행통로를 설치하는 마무리 보강공사가 한창이다. 구간 한가운데 높은 언덕엔 '미르전망대'가 있다. 바다 쪽으로 10여m 돌출된 전망대 끝부분은 밑바닥이 유리로 만들어져, 탐방객들에게 아찔한 스릴을 선사한다. 몽돌 해변으로 밀려오는 하얀 포말이 탐방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종착지인 용암마을 언덕에서 보는 해안 풍경은 빼어나다.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가 있다. 둥근 갓처럼 생긴 용바위의 자태가 압도적이다.
마을 포구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돌면 용바위로 갈수 있다. 반석과 암벽 층으로 이뤄진 용바위의 위용은 대단하다.
안내문에는 "먼 옛날 남해의 해룡이 하늘로 승천할 때 이곳 암벽을 타고 기어 올라갔다"고 적혀있다. 반석을 지나다보면 해변과 이어지는 바위 아래쪽부터 위까지 용이 승천할 때 훑고 지나간 듯 기묘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루마루길'에서 내달 12일엔 걷기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지역의 특색 있는 우수 걷기 축제에 선정됐다. 우주발사전망대를 출발해 용암마을에 이르는 1시간 구간. 드래곤볼 보물찾기, 소원 캘리그라피, 버스킹 공연 등 모든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고흥=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호남고속도로 주암IC에서 27번 국도와 15번 국도를 갈아타고 벌교를 지나면 고흥반도다. 벌교를 벗어나 고흥읍내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읍내에서 나로도나 거금도까지 가려면 40분~1시간 이상 걸린다. 쑥섬 가는 배(4월 기준)는 나로도항에서 매일 오전 7시 40분에 첫배가 출항한다. 쑥섬에서는 오후 5시 35분이 마지막배다. 요금은 1인 3000원(왕복). 5월부터 쑥섬만 운행하는 정기배편이 생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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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팔영산 편백나무숲, 능가사, 중산일몰, 남열해안도로, 소록도, 형제섬 등이 볼거리다. 3곳의 사립 미술관인 남포미술관과 연홍미술관(사진), 도화헌미술관은 봄날들이 명소로 좋다.
△먹거리=녹동항에 활어 중매인들이 운영하는 횟집들이 많다. 녹동항 길손식당의 바지락해장국(사진)은 아침 속 풀이 음식으로 그만. 읍내에 있는 홍도장어구이에선 장어구이와 장어탕이 깔끔하다. 해산물 한정식집인 중앙식당은 음식이 푸짐하게 나온다. 나로도에는 나로도항에 음식점이 몰려있다. 대성식당, 다도해회관, 황토흑돼지 등이 맛깔스럽다. 거금도 월포식당은 고흥 특산물이 매생이를 이용해 떡국과 칼국수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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