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야권이 회의 장소를 네이버 본사 앞으로 옮기고 있다. 민주당원 김모(필명 드루킹) 씨가 네이버 댓글을 조작해 정치판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일어나면서다. 야당은 포털 업체가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는 만큼 네이버도 드루킹 사태와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은 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는 자리에서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를 위시한 인터넷 포털이 사실상 편집권 행사하고 사실상 (사회적 어젠다 설정이라는) 권력 행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드루킹 사건으로 일방적 여론몰이와 팩트 조작이 얼마든 가능하다는 사실 알게됐다”며 “그런 점에서 드루킹을 비롯한 댓글공작 세력의 정보유린과 공작을 방조해온 네이버도 여론조작 범죄행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비상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전날 같은 곳을 방문해 여론조작 가능성이 있는 네이버 댓글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여론 조작은 가장 큰 범죄”라며 “이를 그대로 놔둔다는 것 자체가 네이버도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지방선거가 50일 남았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정치 분야 댓글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포털 업체는 뉴스를 편집하고 제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댓글 등에 대한 관리는 부족해 누구나 손쉽게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이날 댓글 관련 정책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핵심적 사안인 ‘댓글 원천차단’, ‘아웃링크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이날 발표한 개편안 따르면 앞으로 사용자가 댓글에 누를 수 있는 ‘공감ㆍ비공감’ 수는 계정 1개당 24시간 기준 50개로 제한된다. 댓글 작성 간격도 10초에서 60초로 늘렸다. 공감, 비공감 클릭 시에도 10초 간격이 생겼다. 또 계정 하나로 같은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는 최대 3개로 줄인다. 새 댓글 정책은 이날부터 바로 적용된다.
다만, 네이버는 댓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는 않았다.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 댓글 관리 등을 언론사에 위임하는 ‘아웃링크’ 전환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존 제도 내에서 약간의 변화만 준 셈이다. 야권은 이에 네이버가 댓글 조작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댓글을 달고 여론 조작의 장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숫자나 시간 정도를 제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며 “이 순간만을 회피하고자 하는 네이버의 꼼수다. 겨우 수백명 인원으로 어떻게 여론조작을 막을 수 있는가. 개편안에 대한 기술적인 파훼법이 나올 것이고 여론조작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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