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정황 확인 위해 익명제보방 개설…"관세청 믿을 수 있나" 불만도
세관 당국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밀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메신저 제보방'을 직접 운영하고 나섰다.
2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전날부터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다.
이 방은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는 익명 그룹 채팅방으로 접속자들 간에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채팅방은 누구나 URL 주소(open.kakao.com/o/g9vFEqL)를 통해 접속할 수 있고, 제보방에는 "#인천세관 #갑질 #제보 #항공사"라는 해시태그가 달려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특히 관세청은 채팅방 공지사항에서 "항공사 등의 불법행위나 세관수사에 도움을 줄 내용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ID:@incheoncustoms로 제보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최근 조 전무 등 한진 총수 일가는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물품을 구매한 뒤 사내 전담조직까지 동원해 운송료·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에 조직적으로 밀반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앞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최근 해외 신용카드 명세와 세관신고, 관세납부 내용도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였다.
또 지난 21일에는 조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 등 3곳과 인천공항 대한항공 사무실 1곳을, 23일에는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김포공항 사무실, 조 전무가 사용하는 한진관광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채팅방 등을 활용한 내부 제보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 증거까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진일가가 현금이나 해외 현지 법인의 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경우에는 기존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의 증언이 필요하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처럼 이례적으로 세관 당국이 직접 제보방까지 만들며 내부 제보자를 기다리는 데에는 강도 높은 관세청의 수사에도 그룹 내부 관계자들의 협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한진그룹이 내부 색출 작업을 거쳐 고발자에게 보복을 가하거나,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 공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동안 한진 총수 일가가 직원들을 동원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 탈세·밀수를 벌였다면 세관 당국 역시 여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한항공 직원들이 익명으로 가입한 사내 게시판 등에는 세관 공무원들이 한진 총수 일가에 고급 양주 등을 받거나 항공기를 사용할 때 각종 특혜를 받는 대신 공항 출입에 편의를 봐줬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대한항공 사내 의전팀이 공항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해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의혹 등의 경우 세관 당국이 이를 눈 감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개설된 익명 채팅방에서도 "인천세관은 한진과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 "제보 받으면 바로 총수에게 전달하는 것 아니냐" "제보하려면 경찰, 검찰에 하겠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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