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필자는 2007년 이후 11년 동안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2대 축의 하나로 성장한 중국 벤처캐피털 성장을 지켜보았다. G2로 성장한 중국 경제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중국 벤처와 벤처캐피털의 모습은 필자에게 경이롭게 느껴졌다. 덩치만 크고 기술과 사업모델 복사에 급급한 것으로 인식된 중국 벤처들의 최근 행보는 전 세계를 주도하는 위치로 성장했다. 디디추싱(550억 달러), 샤오미(460억 달러), 메이탄-덴핑(300억 달러), 루닷컴(185억 달러), 터우탸오(100억 달러), DJI(100억 달러) 등 전 세계 20대 상위 유니콘 기업에 6개가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막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만 해도 터우탸오, 레딧, 코인베이스와 같은 다수의 중국 벤처들이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의 벤처캐피털들이 엄청난 수익(2010년 이전)을 누리던 시기를 지나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합리적 고수익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약 8000개 이상이 활발히 활동하는 중국의 벤처캐피털은 초기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던 외자계 벤처캐피털(2000여개 수준)과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토종 벤처캐피털(6000여개)로 구성돼 있다. 중국은 한국과 견줘 벤처 역사가 짧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성장했다. 중국정부가 벤처캐피털 성장을 위해 정책적 배려를 한 결과이기도 하다.
벤처캐피털 생태계의 3대 구성 요소(벤처펀드 조성·벤처투자·투자금 회수)를 기준으로 보자. 중국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조원 이상을 재원을 조성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조성된 재원 규모는 3조원에 불과하다. 벤처투자도 전년 3분기 동안 32조원(2300여건) 규모였고, 건당 1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 업체당 투자 양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회수 기준으로 보면 위상이 더 뚜렷하다. 3분기 기준 1380억 달러(2000건 이상)의 인수합병(M&A)이 이뤄졌고, 400여개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40조원 이상의 기업공개(IPO)를 했다.
중국 벤처캐피털의 경이로운 성장을 지켜보면서 한국 벤처캐피털에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벤처투자 재원 측면에서 매년 3조~4조원 투자재원 조성은 의미가 있다. 다만, 중국과 비교해보면 글로벌 재무투자자의 참여가 부족하다.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는 글로벌 전문 펀드 확보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측면에서 도약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민간재원의 확대 노력과 병행해 해외 연기금이나 수익성 중심의 전문 모태펀드들을 국내 벤처재원으로 확보하는 것은 벤처펀드 운영이나 펀드 관리 시스템에서 획기적 변화가 될 것이다.
매년 3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국내 벤처캐피털은 업체당(혹은 건당) 투자규모 확대가 절실하다. 벤처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충분한 벤처투자를 전체로 한다는 점에서다. 해외 벤처캐피털의 5분의 1 수준의 투자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들다. 또 과감하고 적극적인 추가 투자는 벤처기업 성장에 필수적이란 점에서 한국 벤처캐피털의 투자 관행 및 펀드 구조의 대폭 전환이 절실하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해외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생태계의 회수(엑시트) 관점은 IPO 중심의 좁은 출구전략 개선이 절실하며 국내 자본시장에만 의존하는 IPO나 M&A는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기업가치 저평가나 버블(거품)에 가까운 고평가 문제들이 빈발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은 질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 또한 실리콘밸리의 사례에서 보듯 벤처와 벤처캐피털의 유기적 역할과 성장을 통해 상당 부분 수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구 800만명에 6000여개의 벤처기업과 글로벌 선두권의 90여개의 벤처캐피털을 보유한 이스라엘이 어떻게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철저한 경쟁과 출구전략을 통해서 글로벌 기술 벤처의 한 축을 선도하는 것인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 역시 좋은 학습대상이다. 중국 벤처캐피털업계의 성공방정식을 도입하면 우리 벤처캐피털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벤처기업들 성장시키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적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수익성과 공익성 모두를 실현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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