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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DJ·盧 는 평양에서 '화려한 회담'…文은 판문점에서 '실용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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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안재용 기자] [편집자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정상회담 잡학사전)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스펙·화법·패션,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의전, 건배주까지 분명히 쓸데있을 것이라고 믿는 내용들.

[the300]][2018남북정상회담]알쓸신잡⑤의전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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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6월13일 오전 10시27분.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대한민국 국가 원수 최초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항입구에서 김 전 대통령을 영접했다. 우리측 수행원들도 평양 시민들의 함성 소리를 듣고서야 김 위원장이 나온 사실을 알았다. DJ와 김 위원장이 한 승용차에 합승한 채 평양 시내로 향하는 깜짝 이벤트도 이어졌다.

# 2007년 10월2일 오전 9시5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가 원수 최초로 걸어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후 육로로 달려 오전 11시30분 평양에 도착,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오픈카에 탑승해 약 20분 동안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김정일 위원장의 영접은 오후 12시 4·25 문화회관에서 이뤄졌다.

오는 27일 오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평화의집으로 향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일치기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다. DJ가 최초로 방북한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이 최초로 육로로 방북한 대통령이라는 의미가 있다면, 문 대통령은 최초로 북한 지도자를 대한민국에서 영접하는 대통령이 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판문점 회담의 하이라이트는 김 위원장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당선 이후 첫 방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악수'를 위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검토했던 문 대통령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과의 첫 대화와 표정 등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이 유력하다. 의장대사열 등 공식환영식도 예정돼 있다.

김 위원장이 도보로 내려온다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영접하며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마주잡는 그림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자유의집을 거쳐 평화의집까지 약 3분 정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란히 걷는다. 군사분계선을 아예 차를 탄 채 통과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측 취재진을 북측 판문각 앞까지 출입을 허용한 정황 등을 미뤄볼 때 걸어서 내려오는 게 유력하다.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후에 평화의집까지 차로 이동할 가능성도 아예 없진 없다.

의전적 측면의 '볼 거리'는 이전 정상회담 대비 많지 않을 게 유력하다. 판문점에서의 당일치기 회담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평양이라는 넓은 장소에서 2박3일 동안 진행되며 깜짝 영접, 카퍼레이드와 같은 이벤트가 마련된 것과 차이난다. 노 전 대통령은 남포의 평화자동차, 개성공단도 방문하는 등의 일정도 소화했던 바 있다.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건물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은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진행됐다. 1983년 대동강변에 세워진 북한 최고 수준의 시설물로, 국빈급을 영접할 때 활용하는 곳이다. 화단에 100여종의 꽃이 피었다(百花園)는 의미에서 보듯 화려한 건물이다. 3층 규모의 본관 2개동과 부속 건물까지 3개동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과 건물이 통로식으로 연결될 정도로 큰 규모다.

반면 이번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평화의집은 판문점의 남북접촉을 위해 만든 건물이다. 4층 단일건물로 돼 있어 의전 보다는 실무회담에 맞는 구조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1층 귀빈실, 2층 회의장, 3층 연회장의 형식으로 리모델링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은 2층 회의장에서 진행되고, 3층 연회장에서 만찬 등이 이뤄질 것이다.

이같은 차이에서 보듯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초점을 맞춘 회담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상시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을 노리고 있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놓인 '핫라인'을 통해 양 정상이 만남을 약속하고, 간소화된 의전 속에 부담없이 판문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앞으로는 굉장히 실용적인 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며 "남북 간에 안 풀리는 문제 한 가지만 놓고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남북 간 긴장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안재용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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