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주체107(2018)년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것이다.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것이다."
지난 21일 토요일 아침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들려온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정상회담 직전임을 감안해도 예상 수위를 넘어선 발표란 게 중론이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결정서에서 '비핵화'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전략노선 변경으로 비핵화 의지와 방향성을 드러냈단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각 당의 논평은 예상한대로였다. 한국당은 과거 북한의 합의 파기 사례를 들며 '위장 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자아분열'(?) 논평을 냈다. 이번 발표가 '핵실험 중단'이 아닌 '핵 폐기'였어야 하며, 핵보유국 선언을 한 것이 아닌지 경계하지만, 이번 발표가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환영한다는 것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과거 비핵화 합의가 깨진 전례가 많기에 합리적인 의심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선언한 것이란 평가도 개연성이 있다. 다만 합리적 추론을 위해서는 현재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필요도 있다.
북한이 회담장에서 핵폐기 뜻을 밝히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으리란 것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핵동결은 분명 비핵화를 향한 일보 진전이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방향으로 출발했는데,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건 섣부르다. 수십년간 사력을 다한 핵개발을 멈추려 첫 단추를 끼웠는데, 핵폐기를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갓 걸음을 뗀 아이에게 뛰지 못한다고 나무라는 것과 같다.
비관론을 모두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전엔 생각지 못했던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북핵·미사일 고도화를 막지 못했기에, 북한이 지금이라도 변하는 게 최선이다. 문제해결은 현재 상황에 대한 인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을 믿어?"라는 흔한 의심은 현재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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