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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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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녹용·금은화·신이화 든 ‘소청룡탕 칵테일’이 폐 면역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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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청소해 기침·가래 완화

손상된 기관지·폐포 재생

체질 개선, 증상 재발 막아

한방에 길이 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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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폐질환자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은 시기다. 건조하고 탁한 공기가 약해진 기관지와 폐를 위협한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환자는 더욱 괴롭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COPD 환자의 치료 최적기를 봄으로 본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 폐 세포를 재생해 폐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적기란 것이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40여 년간 한의학으로 폐 질환을 치료해왔다. 그 가치는 학계에서도 인정받는다. 오는 6월 열리는 일본 동양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복합 한약을 활용한 COPD 치료 효과’를 발표한다.

김모(71·서울 강남구)씨는 늘 마른기침을 하고 숨이 찼다. 식욕이 많이 떨어져 체중이 45㎏에 불과해 늘 무기력했다. X선 검사 결과 COPD로 진단됐다. 호흡곤란이 심할 때마다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썼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김씨는 한방 치료를 받기로 했다. 한 달간 처방 받은 한약을 복용했더니 기침·가래가 줄었고 숨이 찬 증상이 완화됐다. 또 소화가 편해졌다. 두 달 후 혈액의 산소량을 측정하니 81%에서 97%(정상 96% 이상)로 늘었다. 폐 기능은 45%에서 80%로 개선됐다. 김씨는 “집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움직일 때도 숨이 찰 만큼 폐활량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석 달 치료 후 환자 35% 폐 기능 회복

김씨가 처방 받은 약은 칵테일 요법(약재를 섞어 약효를 높이는 방법)으로 만든 복합 한약이다. 소청룡탕을 기본으로 금은화·신이화·녹용을 추가했다. 소청룡탕은 마황·백작약·오미자·생강·대추 등을 기본으로 한 한약재로 콧물·코막힘·가래·기침·흉통·무기력증을 치료한다. 중국 한의학서인 『상한론』에 기술돼 2000년 이상 사용돼 왔다. 금은화는 폐 면역을 증강하는 한약재로 폐와 기관지의 염증을 다스린다. 신이화는 좁아진 기관지나 폐를 넓혀 숨구멍을 열어준다. 녹용의 판토크린 성분은 호흡기 면역 증강을 돕는다.

김남선 원장은 2016~2017년 100명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복합 한약을 처방한 결과 3개월간 치료받은 환자 중 35%에서 김씨처럼 산소량과 폐 기능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6·12·24개월 치료 결과 각각 50%, 82%, 90% 이상의 환자에서 증상이 호전됐다.

한의학 폐 치료의 일차 목표는 COPD의 주요 증상인 기침과 가래, 숨이 찬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일상생활이 수월해져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복합 한약은 ‘청폐→심폐 기능 항진→폐포 재생’ 3단계로 폐 면역력을 강화한다. 청폐는 코·목·폐 등 호흡기 곳곳에 쌓인 염증을 제거해 숨길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콧물·기침·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줄어든다. 그러고 나서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 병든 폐포를 새로운 조직으로 대체한다. 복합 한약은 미세먼지·담배 연기 등으로 손상된 기관지와 폐포의 재생을 돕는다. 이는 심폐 기능 강화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는 폐 면역력을 증강해 체질을 개선하고 증상 재발을 막는 것이 목표다.

폐·심장 동시에 챙겨 치료기간 크게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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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치료의 취지는 오장육부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폐는 심장·간·비장·콩팥과 함께 오장육부를 구성하는 주요 장기다. 한방에서는 오장육부 중 하나의 장기가 균형을 잃으면 연쇄적으로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폐 다음은 바로 옆에 있는 심장이다. 폐에서 만들어진 기(氣) 에너지가 심장으로 전달되지 않아 심장으로 가는 산소량이 적어지면 심장근육이 약해져 온몸으로 혈액을 원활하게 뿜어주지 못한다. 김 원장은 “COPD 환자의 경우 폐만 단독 치료할 때보다 심장·폐를 동시에 치료하면 치료기간이 1~2년에서 6개월로 단축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약해진 폐와 심장 기능을 보완해 신체 자생력 회복을 유도한다. 기의 생산·저장·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면역 기능 회복을 촉진한다.

COPD는 폐쇄성 폐 질환으로 기관지와 폐가 막혀 폐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체질을 보강하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다. COPD도 암·심뇌혈관 질환 못지않게 사망 위험이 큰 병으로 꼽힌다. 사망 원인 질환으로는 8위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45세 이상 남성의 약 20%, 여성의 8%가 COPD 환자다. COPD를 진단받았더라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김남선 원장은 “한방 치료와 함께 폐 재활을 방해하는 입 호흡 습관을 고치고 코 호흡을 통해 건강한 폐로 만들어 나가는 훈련을 병행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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