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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경향시선]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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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낙동강 청천강으로

백두산 한라산으로

훨훨 날아갔겠지

가서 잘 살겠지

식구들 늘어나면

봄바람에 소식 전해주겠지

새끼들 자랑하러 얼싸안고 오겠지

새들아, 훨훨 날아가라

김수복(1953~)

경향신문

모여 살던 새들은 남쪽과 북쪽으로 날아가 흩어졌다. 영남을 휘돌아 남해로 흘러들어가는 낙동강으로 새들은 날아갔다. 평안도를 지나 황해로 흘러들어가는 청천강으로 새들은 날아갔다. 하얀 모래밭과 수풀과 들판과 습지와 마을로 날아갔다. 백두산과 한라산으로 멀리멀리 높이 날아갔다. 새들은 둥지를 짓고 하얀 새알을 낳겠지. 그러고는 눈 녹고 냇물이 다시 흐르는 날에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가면 서로의 안부를 실바람에 서신처럼 실어 보내겠지.

어느 날에는 새끼들을 업고 안고 옛날에 모여 살던 곳으로 돌아오겠지. 객지에 살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친척들처럼. 그러면 서로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쏟을 거야. 서로의 무릎에 새끼들을 앉히고 그간에 살아온 아득한 얘기들을 묻고 들을 거야. 할 얘기가 산처럼 쌓여 있어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겠지. 그러나 마음은 풍성해질 거야. 옷과 밥과 자유와 평화를 함께 나눌 테니까.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어 한마음이 될 테니까.

봄바람이 남북 사이에, 한반도에 불어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인은 시 ‘남북우체통’에서 이렇게 썼다. “소식이 끊어져 할 말이 없어진 지 오래다/ 소식들은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기차바퀴 소리 들어본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언 강 풀리는 봄날/ 파랑새야,/ 파랑새야 날아와 다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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