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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한진, 준법위원회 신설..오너 일가 갑질 재발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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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대한항공이 전문경영인 부회장 자리를 신설하고, 한진그룹은 외부 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한다. 직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너 일가의 ‘갑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2일 사과문을 통해 조현민 전무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사퇴 방침을 알리면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차제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전무직과 함께 진에어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직을 모두 내려놓는다. 장녀 조현아 사장의 경영 복귀도 없던 일이 됐다. ‘땅콩 회항’ 사태로 지난 2014년 12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조 사장은 지난달 29일 칼호텔네트워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에 선임되며 3년 4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갑질 논란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면서 한 달도 안 돼 물러나게 됐다.

조현아·조현민 자매가 물러났지만 조 회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현 직책을 그대로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창사 50주년을 맞는 한진그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탈바꿈할지 주목하고 있다. 조직 개편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이 논란 발생 열흘이 지나서야 사과한 것은 이미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 이후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폭언과 비리 관련 제보가 잇따랐다. 조 전무가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직후 조 회장이 집무실 방음공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도 조 전무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6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토교통부에도 불똥이 튀었다. 경찰과 관세청은 대한항공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자료’ 이메일을 통해 사과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약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향후 여론이 잦아들면 슬그머니 자리를 되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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