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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김정은의 핵담판 첫 수…南엔 합의이행·美엔 대화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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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 세기의 담판 ◆

매일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이 가진 첫 번째 카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여줬다.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미·북 대화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며 일종의 '초청장'을 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측 매체들이 21일 이 내용을 보도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Look forward to our summit)"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북측의 전격적인 사전 조치로 인해 미·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는 전망도 힘을 받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북측이 이번 회의를 통해 기존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노선을 경제 건설 총집중 기조로 선회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미와 세기의 핵담판을 벌여 최종적으로는 경제회생과 주민생활 향상으로 나아가겠다는 자신의 지향점을 대내외적으로 밝혔다. 이는 당장은 한미에 핵 포기에 대한 경제적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겠지만 협상이 본격화하면 제대로 셈하고 값을 쳐서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겠다는 암시로도 읽힌다. 북측의 이번 발표는 한미가 북측과의 정상회담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전망을 밝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미·북 정상들의 이 같은 첫 '주고받기'는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이달 초 평양을 극비 방문했을 때 이미 조율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미·북 양측은 각자 실제 정상회담에 나서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측이 미국에 대한 최초 신뢰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상징하는 ICBM 발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립서비스'와 맞바꾼 것은 미국으로선 잃을 게 없는 거래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미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북한이 아직 ICBM 능력을 완성하지 못했고, ICBM 능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 발사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앞으로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에 큰 위협으로 간주되는 ICBM 능력 완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미국 행정부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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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이번 결정은 지난달 초 한국 측 대북특사단 방북 때 합의했던 내용을 노동당 전원회의라는 최고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공식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당시 수석특사를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6개 항의 합의사항을 언론에 발표했다. 이 중 다섯 번째 조항으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는 문구가 있다.

이 밖에 나머지 조항도 차근차근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제1항),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핫라인) 설치(제2항) 등이 그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오는 27일 개최가 확정됐고 남북 정상 간 핫라인도 지난 20일 개설돼 통화를 실시했다. 남북 정상은 이번주 초에 각자 집무실에서 역사적인 첫 통화를 할 예정이다.

북측이 비핵화 협의와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를 밝힌 합의사항 제4항도 5월 말~6월 초 미·북정상회담으로 사실상 공식화하고 있다. 마지막 제6항인 한국 측 예술단·태권도 시범단 평양 공연은 이미 이달 초 성공리에 끝났다. 결국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정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는 선언적 내용의 세 번째 조항을 제외하면 한국 측 대북특사단 방북 때 합의된 내용이 두 달이 채 안 돼 모두 공식화한 셈이다.

[김성훈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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