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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세금 회피 막을 ‘구글세’ 논의 확산에도 한국은 미온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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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회의에서 필요성 또다시 제기

기재부 “디지털세 전혀 검토 안 해”

구글 등 디지털 기업들의 세금 회피에 대항하기 위해 촉발된 ‘구글세’(디지털세)의 필요성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때문에 확산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기술혁신 과정에서 성장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방안이 논의됐다. G20 회원국들은 특히 “최근 디지털 경제(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가 진전되며 늘어난 국경 간 조세 회피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다음날 국제통화기금(IMF) 24개 이사국 대표가 모여 개최한 ‘국제통화금융위원회’에서도 나왔다.

일부 참가국은 “디지털 경제가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기회요인은 극대화하고, 분배 등에 미치는 위험요인은 최소화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화의 성격을 고려할 때 위험요인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국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들의 과세 책임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우 온라인 광고와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으로 국내에서 매년 수조원씩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구글코리아의 2016년 납부액은 200억원이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존의 법인세 체계가 물리적인 ‘고정사업장’을 근간으로 하는 반면, 이들 기업은 인터넷에 형성된 가상의 공간을 사업장으로 해 소득 계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수익을 돌려 낮은 세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5년 이들 기업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국가 간 소득 이전과 세원 잠식’ 대응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사업장 없이도 수익을 내는 디지털 기업의 특성으로 인해 잠정적 과세방안을 도입하는 데 실패했다. 다만 지난달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세’로 불리는 파격적 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기존 법인세 체계에 ‘주요 디지털 사업장’이란 개념을 추가했으며, 이들 사업장이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 수익, 계약 건수, 사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글세가 미국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G20 회원국들 간 전체적인 공감대 형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재부 역시 “EU 조치의 경우 국제적 합의가 아니다”라며 “구글·애플 등 다국적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세 도입 여부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는 그간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규제에 너무나 미온적으로 임해왔다”며 “최근 국제적인 분위기가 조상된 만큼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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